[Preview] 술,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이름

세계 각국의 술을 '탐'하다
글 입력 2017.07.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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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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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 동기들과 술을 마셨다. 소주는 썼고 맥주는 더부룩했다. 그때는 그 순간의 사람들, 분위기, 공기가 좋아서 술을 마셨다. 술맛을 알아버린 몇몇 친구들은 술자리를 자주 갖기 시작했고 난 밤이 돼도 술집보다 카페로 향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괜찮았다.
 
스물두 살, 무작정 네덜란드로 떠났다. 하이네켄의 본고장에 왔다는 이유로 마트에서 무작정 하이네켄을 집어왔다. 하이네켄 로고가 새겨진 전용잔에 마시니 느낌이 새로웠다. 늦은 밤, 창문을 열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니 세상에 나뿐인 것 같았다. 술이 주는 알딸딸한 기분에 매료된 나는 그날부터 혼술을 즐겼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레 술에 눈길이 갔다. ‘이 나라에서 유명한 맥주는 어떤 걸까?’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술은 뭘까?’ 등의 질문이 꼬리게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2. 술 마시는 사람의 술 이야기

달콤하기만 했던 유럽에서 짧은 판타지를 즐긴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벌써 지쳐버렸다. 9시부터 6시까지 진이 빠지도록 일하고 나면 집에 와서 어떤 것이든 시도할 기력이 남아나질 않는다. 술을 멀리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피로가 쌓이는 게 두려웠다. 술에 대한 기억이 점차 흐릿해져갈 때,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바로 니시카와 오사무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집필한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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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눈에 들어왔던 건 니시카와가 무려 ‘40년’간 술을 즐겼다는 점이었다. 술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아시아를 넘어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술을 맛보러 다녀왔다. 그에게 듣는 술 얘기는 어쩌면 몇 년 전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다양한 각국의 술안주에 관한 정보는 덤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술안주는 ‘마음’을 보양해준다. 소낙성 비가 내리며 고온고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유로울 틈이 없다. 지하철은 물기가 뚝뚝 흐르는 젖은 우산들로 가득하고 어디선가 시큰한 땀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아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술을 마시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을까? 꼭 마셔보지 않더라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목넘김이 깔끔한 맥주 한 잔을 마실 때의 시원함이 절로 따라올 것 같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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