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영화'는 무엇인가요? [시각예술]

나에게 영화가 왜 좋으냐 물으신다면,
글 입력 2017.07.0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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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티켓을 끊고 포스터를 한 장 집어들어 상영관에 들어갑니다. 의자에 기대어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곧 영화를 여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순식간에 앞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이 환해지는 그 순간은 늘 이루 말하기 힘든 까마득한 전율을 일으킵니다. 조곤조곤 들리던 말소리가 일순간 잠잠해지며 나는 꼭 요란하게 떨리는 마음으로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포털portal' 속에 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수많은 영화들 중 내가 택한 이 영화는 과연 상상했던 이야기일까? 맞다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아니라면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그 궁금증이 하나둘씩 풀려갈 때 어느새 행복감은 깊숙한 곳에서부터 완연히 차오릅니다. 영화는 그렇게, 마음에 늘 크나큰 풍요로움을 선사해주기에, 나는 오늘도 영화를 봅니다.

  영화를 애호하는 모든 이들은 저마다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영화를 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나를 다른 세계에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현실 도피인 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꼭 따분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나보지 못한 세계를 담고있는 영화는 늘 커다란 활력과 자극을 가져다 줍니다. 그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내가 존재하는 이곳보다 조금 더 어둡고 낮은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분노, 슬픔 등의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영화에 매료되어 함께 눈물 흘렸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꼭 강렬한 감정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어떠한 극적인 스릴도 없을지언정 잔잔히 그러나 아름답게 흘러가는 영화, 한 편의 코미디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세상 이야기를 담고있는 영화, 아름다운 구성과 색채를 통해 영상 그 자체만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 그 모든 영화들이 각자만의 매력을 뽐내며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물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과 열정을 담은 이 한 편의 예술작품은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감상의 시공간에 따라, 또 감상하는 순간의 수많은 변수에 따라 완벽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역시, 제가 이 '영화'라는 예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우리에게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내가 음미하는 대로 음미하고, 내가 표현하는 대로 표현하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겠지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연속적 시각예술'로서 시각적 쾌감을 얻을 수도 있고, 한 장면 한 장면의 의미와 창작자의 의도를 추리해가며 생각의 늪에 빠져볼 수도 있고, 인물들의 경험을 현실 속에서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우리의 삶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의 의미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는 때때로 관람하는 이에게 감동을 넘어 변화를 선물해주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영화 속 인물이 된 마냥 그 세계에 흠뻑 빠져 러닝타임을 보내고 나면 그 인물이 했을 법한 생각이 나의 머릿 속을 채우게 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의 것이겠지요. 그, 그녀가 좋아하던 취미에 빠져본다거나 그들이 살았던 곳을 다녀온다거나, 그들이 사랑했던 무언가를 함께 사랑해보는 그 모든 직접경험은 결국 단순히 본 것이 아닌 내 것이 되어 새로운 '나'를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의 삶에서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영화는 취미 혹은 습관을 넘어,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당신의 영화'를 물어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당신의 모습을 나타낼 테니까요.


언제 다시 꺼내보아도 좋은,
당신의 영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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