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디스라이프' 리뷰

글 입력 2014.01.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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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이승세계에 내려온 두 명의 저승차사 이야기. ‘디스라이프’의 소개글을 몇 줄 읽다보면 이 극의 서사구조와 결말이 어느 정도 유추된다.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인간의 탈을 쓴 어떤 ‘존재’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간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인간의 희노애락을 겪게 되며 갈등을 느끼는 것. 이미 만화, 소설에서 너무 많이 다루어진 플롯이다. 이 구조를 따르면서도 극의 진행이 신선하기 위해서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색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극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이전부터 너무나도 많이 다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혼령을 거두러 이승에 내려온 저승차사 두명. 한명은 천년묵은 저승차사 태을, 다른 한 명은 차사가 된 지 30년밖에 안됐지만 실력이 출중한 호경. 태을은 진중하지만 허당이고, 호경은 건방떠는 깐족이다.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티격태격하지만, 사실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둘. 이미 너무도 많이 본 남성듀오 캐릭터였다. 마을에 사는 노인들 역시 신선하게 다가올만큼 톡톡 튀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진 플롯, 캐릭터. ‘창작’뮤지컬 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사로잡는 ‘신선함’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또한 노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젊은 배우였는데, 물론 진짜 그 나이대의 배우들을 쓸 수 없었겠지만, 배우들이 연기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의 차이가 커서 몰입이 어려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노래를 하면서 노인 연기를 할 수는 없었을테니, 그냥 차라리 연기를 할 때도 자기 본연의 목소리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노인”으로 감안을 하고 봤을테니까.
(심지어 거북할매는 ‘거북’이 앞에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중후반부쯤 부터는 허리가 점점 펴져서 뭔가 했다)


 극의 절정부분에서는 드디어 천년차사 태을이 100년동안 갇혀있어야 했던 이유를 회상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애끓는 모정에 흔들린 차사의 규칙위반”이다. 딸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에 흔들려, 저승명부에 없는 남편을(여기에 나오는 남편은 누구나도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다.)대신 죽여 어머니와 딸을 살려주는 바람에 100년동안 갇히게 된 사연이다. ‘모정’으로부터 나오는 ‘신파’는 이제는 마치 슬픈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처럼 사용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신파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을 끌어내기 보다는, 꼬집고 찔러서 울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여서 거북하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섞여있는 코믹 요소를 최대한 살려서 아주 담백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 극이여서 더 아쉽다. 구구절절 “인생”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담백한 삶, 웃음, 노래를 통해 관객들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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