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토닌 드보르작 'Stabat Mater'_예술과 현실

글 입력 2017.04.06 21: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의 성모라는 뜻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노래한 중세 시대의 시를 가리킨다. 특히나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그가 프라하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던 35세 무렵에, 세 아이를 갑자기 떠나보내고 난 뒤 만들어진 곡이다. 평소 집앞 역전에 나가 기차가 드나는 것을 즐겨 보던 그는, 아이들이 떠난 후에는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늦은 시각까지 역전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고통당하지만 죽음을 이겨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슬픔의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자녀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전에 스케치했던 곡들을 다시 써 내려 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느린 템포로 곡이 진행되는데, 그러한 흐름 속에서 그의 애통한 마음이 더욱 애절하게 눌러 담겨 있었다.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보던 마리아의 마음처럼, 아이를 보낸 드보르작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과 독창이 적절하게 조화되면서 비장미가 한결 강화되었고,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엄숙함에 절로 고개 숙여졌다.


3.jpg
 

사실 성모의 슬픔을 노래했다고 했을 때에는 그저 신화적, 종교적인 이야기로 여겨졌기에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드보르작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그 배경을 알게 되니까 그가 역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쓸쓸한 뒷모습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적절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들을 기리기 위해 곡을 썼고, 결국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전율하는 곡을 남기게 되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 이런 곡을 쓸 수밖에 없었던 그 역시 얼마나 비참했을까?


4.jpg
 

세월호 사건이 터진 이후 우리는 뉴스에서 수없이 아이들을 보내고 비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모님들을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드디어 이를 인양하면서 미수습자 가족들도 애가 끓는 마음으로 그들의 귀환을 바라고 있다. 하루아침에 아이들을 보내고 하염없이 발을 동동 굴렸던 그들도 이렇듯 비통한 마음이었을까?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의 슬픔과 아픔 속에서는 그 존재가 누구이든 한없이 작아지고, 인간 존재의 연약함에 무릎 꿇게 되는 것 같다.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들으며 이렇듯 멀지 않은 우리 주변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떠올랐고,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예술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아 있었다.


6.jpg
 

물론 그 연주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런 비통한 마음으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편으로는 오케스트라 각 악기들의 조화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속에서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했다. 곡속에 담겨 있는 그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정신없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서 스스로 가라앉아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율의 아름다움에 젖어들기도 하고, 생각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음악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음악을 통해 온몸으로 그 애통한 감정이 전해지니까 구체적인 말에 의한 것보다도 더 강한 슬픔의 울림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또, 잔잔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일상의 스스로로부터도 잠시 멀어질 수 있었다. 다른 작곡가들의 ‘스타바트 마테르’도 궁금해진다.


5.jpg
 

[이예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