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람이면, 사람답게"_ 연극 < 개, 돼지 >

3월9일부터 26일, 세우아트센터
글 입력 2017.03.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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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돼지"


기가 막힌 메타포다. 아니, 표현은 은유일진대 문장 자체는 뱉어지는 순간 '상징'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어느 정부인사의 발언. 저 한 문장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담겼다. 사회적 지위가 '고위공무원'쯤 되면 국민이 개돼지로 보인다는 것, 그리고 적어도 본인은 그보다 나은 존재로 셀프 인식 중이라는 것, 덧붙여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고 쐐기를 박음으로써 본인을 포함해 대한민국에서 방귀 좀 뀐다는 양반들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를, 들켜버렸다는 것.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입밖에 내기 쉽지 않은 말이다. 이미 그의 주변에는 공공연히 그런 기류가 있어왔다는 반증이라 본다.)

어디 그들만의 세계에서만 그러하겠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반 가량의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가 아니며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여론조사에서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10일로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은 탄핵, 파면됐다. 저들의 관점으로 보면 '촛불로 분한 개돼지들의 역습'쯤 되지 않겠나 싶다.


급변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반영하듯, 눈길을 끄는 연극이 한 편 무대에 오른다. 극공장 초록바나나의 <개, 돼지>다.


첫 번째 이야기, 나혜석. 화가이자 여성운동가였으며, 자유연애를 말하고 여성해방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외치던 근대 여성.
차별없는 참정권, 여성의 사회생활 보장 등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들이, 역사 속 누군가가 목소리 내기 전까지는 당연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봐도 좋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누군가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딘가에서 사명처럼 문제들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무임승차' 중이라는 걸, 상기하는 기회까지 된다면 더욱 좋겠다. 

두 번째 이야기. 미션명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라'- 국풍81. *
1981년에 5.18 광주민주화 항쟁 1주년을 앞두고 '바짝 쫄린' 전두환 군부가 기획한 초대형 관제 축제, 전면에 내건 타이틀은 '민족문화 대축제'였다. '외치는 자'들을 묻기 위한 선동. 지혜로운 시민들은 '명분' 뒤 진짜 의도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도를 알았다면, 긴장해야 한다. 나의 감각을 저들에게 잠식당하지 않도록. 

세 번째 이야기 <터치 다운>은 '묻혔던' 이야기다.
근대적 인간에게 '사회성'은 강하다 못해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때때로 '인간성'보다 우선될 만큼. 관습적 면모들은 '다 그런거야' '원래 그런거야' '나서봤자 너만 손해야'와 같은 말들로 자기 검열을 부추긴다. 진짜 검열당해야 할 것들은 따로 있는데. 10년이나 침묵 속에 숨어있을 수 있었던 사건. 고통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면 이 고통은 본래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 묵직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지가 관전 포인트겠다.


최근 탄핵정국 속 광장의 촛불들은 대표적이며 대의적이다. 국회가 민심을 대신하지 못하니 국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다수의 국민들이 이 정권에게 분노했다. 그러나 광장에 나온 인파는 부분이다. 빙산의 일각이다. 정치인마다 '국민'을 앞세워 이야기하지만, 그 국민과 이 국민이 같은가 항상 되묻게 된다. 외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외침을 가로막는 이도 있고, 무엇이 옳은지 갈팡질팡하는 이들도 있다. <개, 돼지>의 세 이야기처럼. 이 모두가 국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우리'이기 위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광장에 선 '촛불'들이 입을 모아 외친다. '탄핵은 시작'일 뿐이라고. 연극 <개, 돼지>에서도 모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야 찬사와 추천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09.5.27일자 경향신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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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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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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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la
    • 에디터님의 시원시원한 글에 정말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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