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항상 우리의 곁에 있었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26 05: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예술이란 아주아주 크게 나누었을 때 시각예술과 공연에술로 나누어진다는 지식을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품고 살아왔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해보았을 때에도 이것은 정말 엄청나게 커다란 분류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장르는 무한정하고 각 작품마다 저마다의 새로운 장르를 가진다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은 나에게 있어 그 엄청난 범위의 시각분야, 즉 미술에 관한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도 존경하는 고등학교 시절 나의 미술 선생님은 항상 학생들에게 '미술은 어렵지 않고 우리의 삶에 멀리 있지 않고 재밌고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셨다. 게다가 작년 여름에는 나에게 의미 있는 작품들을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의미 있고 어렵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은모든 예술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미술 선생님의 말씀을 가장 실감하게 해준, 내가 생활 속에서 접해 온 의미 있었던 작품들을 나누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그 순간 이후 내가 종종 쌓아온 생각들의 연속이며 그 작품을 마주친 순간들과, 그 작품 자체가 나에게 미친 작거나 깊은 생각들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noname01.jpg
(정유근, 原泉 (The Sources of Spring (13)), 2010)


  우선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나의 아버지, 정유근의 ‘샘’ 연작이다. 작가의 샘은 고여 있는 듯이 보이지만 초기 작품부터 늘 퍼져 나오는 파동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안주하지 않는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내 생각에 이 작품은 객관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지만 내가 자라나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아름다움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와 그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매료되어 개인에게 어떠한 사고, 통찰, 혹은 영감을 주는 아름다음을 쫓으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마음은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으며 넓은 관점에서 인생의 커다란 선택 중 하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이 작가와 작품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noname03.jpg
(René Magritte, 잘못된 거울 (Le faux miroir), 1935)


  또 내가 모든 미술사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선에서 미술사를 고려해 보았을 때, 가장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 보고 싶어하는 것에 가두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정말 오랫동안 자신의 눈에 반사되는, 거울처럼 비추어지는 이미지들를 믿어왔던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그 동안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표면적인 것들만 보는 '잘못된 거울'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이 작품이 대상 너머의 의미보다는 자신의 감각에 의존해왔던 인간들의 오랜 본능에 충격을 준 참신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noname02.jpg
(조소희, 봉선화기도 304, 2016)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그 의도가 뚜렷이 보였으며 기호성이 강했던 미술작품은 경기도 미술관 세월호 2주기 추모전 <사월의 동행>에 전시된 조소희 작가의 ‘봉선화기도 304’이다. 이 작품은 304명의 ‘기도손’을 모아 설치한 작품인데, 나는 그 중 하나로 참여하며 기도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내 생각에 기도란 개인의 바람, 내면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것을 기도하는 손으로 나타내고, 304명의 기도손을 모음으로서 304명의 목소리와 마음을 모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봉선화물을 가운뎃 손가락 전체에 물들이는 것은 고통과 애도를 붉은 색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마음 가운데와 신체에 스며들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색채와 신체로 나타낸 것에서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내가 이 작품의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의도가 더욱 잘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세월호에한 가슴아픈 기억이 없는 누군가라도, '봉선화기도 304'의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304명의 붉은 손가락을 바라보는 순간, 파도처럼 압도적인 감정들에 휩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의 깊은 마음에서 나의 가치관과 정체성 중 일부를 형성하고 때문에 소중히 여겨온 이 작품들은 언제고 다른 작품으로 바뀔수도 있으며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내가 접한 작품들보다 미래에 내가 만나게 될 작품들이 훨씬 더 다채롭고 많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시각예술이란 내가 매일같이 이를 찾고 깊이 빠져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나의 삶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는 나의 이런 삶의 요소 덕분에 행복과 같은 좋은 감정들을 더 많이 느꼈다고 고백할 수 있다. 당신에게 미술은 어떤 존재인가, 질문하고 싶다.


[정다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