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심청', 죽음 앞의 인간을 다루다

'효'가 아닌 '죽음'으로 본 심청의 인생, 그리고 선주의 인생
글 입력 2017.02.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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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연극 '심청', 죽음 앞의 인간을 다루다
'효'가 아닌 '죽음'으로 본 심청의 인생, 그리고 선주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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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다. 그것이 자신의 죽음일 때는 물론이거니와 타인의 죽음도 본인의 살아있음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정부의 반복된 부정부패와 일상인 듯 행해져 온 불법 행위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이는 전국민의 트라우마가 되어 국가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커져갔으며, 바다에 떠밀려 온 어느 난민 아이의 죽음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내전의 심각성과 잔인성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그 어떤 죽음보다도 개인에게 크게 다가올 것은 그 당사자의 죽음일 것이다. 나의 삶이 끝난다는 것, 나의 살아있음이 끝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후세계를 믿게 되고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강백의 '심청'은 타인의 죽음으로 살아가던 이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시작한다. 수많은 처녀들을 바다에 내몰며 바다가 잠잠하기를 빌던 선주는 막상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자 같은 처지에 놓인 간난을 연민한다. 나아가 자신의 아들 세 명이 선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적으로 간난을 사지로 내몰자 그녀가 죽음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의 심청은 '효'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이게 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미를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효녀 청이의 이야기다. 전래동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효'다. 부모를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효녀는 용왕의 상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도 부모를 섬기고 공경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효'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유교적 덕목이고 가족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상이기도 하지만 다소 많이 언급되어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효녀 심청을 '죽음을 앞둔 심청'의 이야기로 바꾸어 새로운 출발선에 세웠다. 그리고 주인공이 반복적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살아가다가, 자신의 죽음을 눈 앞에 두자 바뀌는 인물이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었다 깨어났다는 사람들이 종종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죽어보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은 이 세상에서, 의심이 많은 우리들은 아마 직접 죽어보기 전까지는 계속 사후 세계를 추측하고 죽음을 상상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죽음을 의도적으로 피할지도 모른다.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웰다잉(Well-dying)'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두산 스페이스 111에서 떼아뜨르봄날이 이강백의 '심청'으로 보여줄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떤 죽음을 준비해야할까? 죽음을 준비할 수는 있을까? 많은 물음표와 함께 새로운 심청을 기대해본다.





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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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청

2017년 3월 3일(금) ~ 3월 19일(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작   이강백
연출 이수인
출연 송흥진, 정새별, 이두성, 신안진, 이길, 김승언
박창순, 강명환, 김솔지, 윤대홍, 김재겸

제작 극단 떼아뜨르봄날
기획 두산아트센터,  K아트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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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작가의 절제되고 함축적인 언어와
극단 떼아뜨르봄날, 이수인 연출의
유려하고 경쾌한 리듬이 만났다.
매혹적인 기타선율과 북소리,
아름다운 마임이 함께하는 연극!!


2016년 4월, 관객과의 첫 만남에서 깊은 감동을 안겨드린 이강백의 <심청>이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에서 앙코르 공연을 갖습니다. 효(孝)를 중심으로 해석되던 판소리 ‘심청가’를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심청>은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당당하게 응시하려는, 칠순(七旬) 작가의 절박하고 진솔한 의지가 담긴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을 알고 있는 우리들과 달리 죽음 뒤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어린 심청이 만경창파 앞에 섰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작가는 한평생 산 생명을 용왕께 제물로 바쳐온 ‘선주’로 하여금 자신의 죽음 앞에서 수많은 ‘심청’들의 죽음을 반추하게 함으로써, ‘죽음을 맞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2017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 3개 부문 수상!!!
연기상 선주역 송흥진 배우
스태프상 움직임지도 이두성, 음악감독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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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 작품설명


MEMENTO MORI!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파고들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이 보인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죽어 없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엄연하고 불가피한 진실을 애써 잊고 외면하거나, 까마득한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한다. 그러다 문득 삶의 종말이, 죽음이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에야 놀라 어쩔 줄 몰라 허둥댄다.

얼마 전 ‘내게 남은 48시간’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돼 인기를 끌 정도로 ‘죽음을 준비하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죽음이 삶과 하나임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만큼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중요함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강백의 <심청>은 제물로 팔려온 간난의 삶을 매개로 죽음을 마주한 순간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 어떠해야 할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극중 인물 간난과 선주를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완성’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떼아뜨르봄날 식 경쾌한 리듬과 움직임, 관객을 유혹하는 낯선 사운드  

<심청>은 그러나, 죽음을 다루면서도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여백과 침묵이 언어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강백 작품의 고유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여백을 극단 특유의 연극성으로 가득 채워 관객들의 상상력을 풍성하게 자극한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예상 밖의 소리들,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엿보게 하는 마임 등… 죽음과는 거리가 있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떼아뜨르 봄날만의 음악성과 움직임은 유쾌하면서도 발랄하게, 때로는 서정적이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이강백이 남겨놓은 여백을 채우고 비우며 생동감 있게 연주한다. 이강백의 관념적인 언어는 더욱 깊이를 얻었고, 전형적인 등장인물들은 생기를 띠며, 형해적(形骸的)인 플롯의 인간과 삶의 본질을 꿰뚫는다.”
(평론가 우수진)


죽음 앞에서도 자기존엄성을 잃지 않는 두 인물, 간난과 선주

<심청>의 주인공 간난과 선주, 둘은 누구나처럼 준비도 없이 죽음과 맞닥뜨려 두려워 떨며 저항한다. 겉보리 스무 가마에 팔려와 제물이 될 운명에 처한 간난은 억울한 죽음에 식음을 전폐하고, 선주는 곧 닥칠 죽음을 애써 무시하며 어린 간난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고뇌한다. 간난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이 살아온 기억과 그 동안의 관계들, 현재의 처지 등을 살피면서 오롯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선주는 숱한 심청들을 물속에 밀어 넣으며 삶을 지탱해 왔던 자신의 지난날을 반추하며, 마지막 심청 간난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려 애쓴다. 둘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깨닫는다.


심청전을 다시 보다  

-만경창파 앞에 선 심청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심청이를 인당수에 빠뜨렸던 선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는 현대에 와서도 많은 문학작품으로 재창작되었다. 최인훈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희곡과 공연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강백의 <심청>은 효를 주제로 하는 이 작품을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실피고 있다.

어린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만경창파 앞에 섰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공양미 삼백 석에 심청을 사서 인당수에 밀어넣었던 선주라는 인물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지? 작가는 심청이 아닌 ‘심청전’을 널리 퍼뜨려 숱한 제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 선주를 무대로 소환한다. 그리고 마지막 심청 ‘간난’의 의연한 죽음을 묵도하게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정제된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대 역시 정갈하고 깔끔한 형식을 지향하고 있다. “ (한국연극/2016. 6월호, 평론가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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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줄거리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지극정성 간난을 보좌하지만 소용없는 일. 설상가상,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자식에게 선주자리를 맡기라 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는데…


극단 떼아뜨르 봄날 소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2006년 창단 이래 간결하고 절제된 양식미, 시적-음악적 화법,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한 강렬하고 감각적인 페이소스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습니다. 또한 독창적인 연극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공연과 음악, 고전과 대중문화 등 다양한 장르와 스펙트럼을 융합해 창조적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떼아뜨르 봄날의 존재 이유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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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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