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의 인생에 바치는 영화 < 문라이트 >

달빛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
글 입력 2017.02.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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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영화 <라라랜드>와 동시에 영화제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 있다. 드디어 22일 오늘, 그 영화 <문라이트>는 오늘 한국에서 그 얼굴을 내밀었다.
현재 문라이트는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시상식에서 수많은 상을 받으며 158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8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 타임즈에서 올해의 영화로도 선정된 영화 <문라이트>.
대체 어떠한 영화이길래 영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걸까?
문라이트_이미지_(1).png
 
영화를 보기 전 우리는 포스터 안에서 세 사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언뜻 멀리서 보면 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 포스터는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을 축약하고 있다. 포스터가 세 명의 얼굴로 한 사람을 표현했듯이 영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리틀, 샤이론, 블랙.

샤이론-.png
 
 몇 십 년동안의 한 사람을 보여 주는 영화는 전에도 있었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영화로는 <보이후드>가 있다.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보이후드>는 실제로 한 인물과 그의 가족을 몇 십 년동안이나 찍어 만든 작품으로, 많은 주목과 찬사를 받았었다. 사람들은 <보이후드>를 보며 주인공의 성장하는 신체와 역동적으로 변하는 그들의 가족 관계 등을 보며 흥미로워 했다. 
 
 하지만 영화 <문라이트>는 이와 다르게 놀랍게도 한 사람의 생을 각자 다른 세 배우가 연기한다. 만약 영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채로 영화를 봤다면 보이후드처럼 한 사람을 몇 년동안 촬영한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배우가 완벽하게 한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리틀의 눈은 그의 입을 대신해서 말을 하곤 했다. 샤이론의 눈은 결코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소심한 그의 성격을 관객들에게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누가 봐도 강인해 보이는 블랙일 떄도 그의 눈은 그의 여린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문라이트 스틸컷3.jpg

 샤이론은 말이 없는 사람이다. 이 작품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침묵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행동에서부터 분위기를 자연스레 읽게 된다. 나중에 영화가 끝나고서야 분위기를 이끈 어떠한 설명이나 대화가 없었음을 알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예를 들어, 케빈을 몇 년만에 보게 된 블랙이 식당에 들어설 때나 그를 마주치지 바로 전의 장면에서 관객들은 그의 마음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암묵적 설득은 '영화'라는 장르가 부리는 마술이며 영화 <문라이트>가 가진 힘이다. 이러한 힘들은 대사들을 앞세우지 않고 현악기를 주로 사용한 음악들을 통해 전달된다. 어쩌면 이러한 대사의 부재가 누구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라이트 스틸컷2.jpg

 베리 젠킨스 (Barry Jenkins) 감독의 작품인 영화 <문라이트>는 터렐 앨빈 메크레이니 (Tarell Alvin McCraney) 의  희곡 <달빛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실 이 스토리는 자칫하면 진부하게 보일만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빈민가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몸집이 작은 아이. 즉, 샤이론은 현재 사회에서 약자로 판단되는 특징들을 모두 지니고 있다.
 
 약자에 관한 스토리와 미국의 빈민가, 마약을 다룬 작품들은 굉장히 많다. ( 샤이론 어머니로 등장하는 나오미 해리스는 마약에 중독된 흑인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뻔하다는 이유로 처음에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리 젠킨스 감독과 원작의 작가 메크레이니는 샤이론의 환경을 실제로 겪었던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고향이 같기에 삶의 큰 부분들을 공통적으로 겪었고, 이 덕분에 그들의 진실성을 희곡과 영화의 샤이론에게 더 불어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감독은 그들이 느꼈던 감정을 관객이 직접적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관객에게 말로 전달하며 호소하려 하는 기존 영화들과는 차별점을 두어 영화의 우수성을 높였다.

문라이트 스틸컷.jpg
 
 그렇다고 영화에 등장하는 대화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샤이론의 평생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후안은 흑인 소년은 달빛 아래에서 파랗게 보인다는 말과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마"
라는 말을 하며 리틀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이 대화가 등장한 이후로 '선택'이라는 것이 그의 삶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영화 <문라이트>는 관객에게 광대한 범위의 어떠한 것들을 전달해준다. 삶에 있어서의 중요한 선택,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 그 정체성으로부터 오는 이해와 그것에 대한 이해, 편견에 대한 저항. 언어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왜 예고편에서 "모든 이들의 인생에 바치는 영화"라고 말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운이 깊게 남고 관람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문라이트>. 이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마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람할 때 Tip을 주자면, 원작의 제목을 반영하여 '파란색'이나 파란색을 대표하는 클리셰들이 등장하곤 한다. 이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본다면 더 깊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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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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