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희극 ‘용용 죽겠지’

글 입력 2016.12.1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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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극 
용용 죽겠지

 
용용죽겠지_포스터(최종).jpg
 

지난 2016년 12월 1일(목)부터 4일(일요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용용 죽겠지’라는 연희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제가 그동안 숱하게 많은 공연들을 봐왔지만 국악과 우리 전통에 관한 공연들을 향유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놀랐습니다. 언제나 대학로가 아니면 예술의 전당을 찾곤 했기 때문에 충무로 역 바로 근처에 위치한 남산국악당도 처음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고등학생 때 2년 동안 사물놀이를 배웠던 경험이 무색할 정도로 이렇게나 관심을 갖지 않았구나 하는 쓸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만 다시 전통악기를 배우고 싶다, 판소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지, 실제로는 피아노나 첼로와 같은 악기가 연주되는 공연만 찾다보니 서양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용용 죽겠지’를 보기 전에 감회가 더 남다르고 새로웠습니다.
 
서울남산국악당을 가본 적이 계시나요? 보통은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돈까스를 먹고 오거나 동대입구역 근처 태극당에서 빵을 사고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오기만 했을 것입니다. 바로 제가 그랬거든요. 남산골한옥마을 근처에는 한복대여점도 있었는데 외국인들도 제법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산국악당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신식건물인지 한옥이 아주 깨끗했습니다. 한옥을 이용한 공연장은 처음이었는데요, 내내 든 생각은 ‘정말 아름답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 번 쯤은 꼭 이곳을 들러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건물외관뿐만이 아니라 무대 또한 저를 사로잡은 여러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용의 몸통으로 보이는 기다란 설치물이 있었는데 비늘 하나하나가 무지개 색을 띠어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또한 보랏빛 조명 그리고 여타 무대를 비추는 다소 어두운 조명들이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공연뿐만이 아니라 무대배경에 감탄했던 경험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 공연은 연희집단 The 광대의 창단 10주년 기념작입니다. The 광대의 이제껏 공연 포스터들을 보니 이들이 공연 못지않게 포스터에도 아주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가 현대인의 감각에 잘 맞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색채감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그들의 정신이 아주 작은 것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다른 공연들도 봤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국악인 이자람 씨가 떠올랐습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그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기존의 판소리를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소리를 창작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브레히트의 극에서 모티브를 따온 ‘억척가’가 있지요. 이렇듯 우리 국악, 연희극, 전통춤도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모습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용 죽겠지’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환상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우화를 토대로 한 연희극입니다. 클래식 음악 ‘민둥산의 하룻밤’을 풍물음악으로 재구성하고 탈춤과 현대무용을 접목했습니다. 의상 하나하나도 모두 제각각 다르며 신경 써서 만들어졌는데, 용버들, 용바위 그리고 용추폭포를 여러 장치의 도움으로 몸으로 표현해내야 했던 분들의 의상은 마지막 무대 인사 시간에서야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탈춤과 현대무용이 접목되었기는 했으나 탈춤을 보여주는 시간이 짧았고 현대무용도 전통춤과 접목되다 보니 정체성이 조금은 모호해진 부분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춤을 추고 노래하고 연기하셨던 공연자들의 마음가짐이 관객들 모두에게도 잘 전달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는 내내 같이 슬퍼하고 같이 웃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용바위의 울음과 노래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가령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거기에 진정성을 담은 사람의 수가 동등하게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용바위가 표현해내고자 하는 감정에 정말로 슬픔이 서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전래동화나 환상 속 동물들을 찾거나 떠올리지 않는 현실을 정말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옛날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마음이 밝고 따뜻해질 수 있는 연희극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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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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