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큼성큼 밖으로 나와 말을 건네는 예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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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을 상상해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환한 조명이 작품들을 비추고, 오로지 발걸음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는 조용함을 가진 공간을 떠올린다. 어떤 사람들은 발자국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전시회를 보러 가자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와 반대로 나의 경우에는, 그 누구의 방해 없이 작품을 보며 드는 나 혼자만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전시장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공간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시장 내부의 전형적인 형태를 사람들은 ‘White Cube’라고 부른다. 좁은 의미의 화이트 큐브는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에 있는 미술 전시관을 의미하기도 하고, 내가 실제로 홍콩 갤러리 투어를 하며 보았던 갤러리의 이름도 화이트 큐브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화이트 큐브는 전시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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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면서 평면적인 캔버스에 유화, 수채와 등의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 작품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등장하였고, 특히 영상매체를 이용한 예술작품들이 늘어나 더 이상 밝은 조명을 가지고 모든 작품을 전시할 수 없게 되었다. 전시장 안에 설치되는 작품들은 직접 자연을 촬영하거나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현대무용과 결합하는 등의 다채로운 변화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영상작품은 환한 빛이 비추는 밝고 탁 트인 공간에서 보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모든 불빛을 차단한 암흑의 공간에서 영상작품을 설치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공간을 ‘Black Box’라고 말한다. 영상이라는 매개물은 확실히 정적인 회화의 텍스트보다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더욱 이해를 쉽게 돕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영상작품이 없는 전시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블랙 박스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되었다. ‘White Cube’와 ‘Black Box’ 모두 전시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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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내부에서 보여 지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에 부족했다. 따라서 현대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은 점점 외부 공간으로 나오고 있다. 전시장에서 사람이 봐주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예술이 먼저 성큼성큼 전시장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찾는다. 대표적으로 이 글에서 소개할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팀 복숭아꽃(Peach Blossom)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관람객이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마련된 개방형 공간인 ‘코스모스 다방’이다. 이는  2016년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MMCA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코스모스 다방’이라는 공간은 화이트큐브를 넘어선 자유로운 형태의 예술로 선보이는 곳으로써 작가의 예술 프로젝트로 구성된 메인 메뉴로 시작하여 판매와 연극의 경계를 허문 라면판매연극 <니가 인간이라면>,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주면 작가가 그 레시피대로 칵테일을 제작해주는 DIY칵테일 등의 요소들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예술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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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과 예술의 간극을 줄이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품들이 수많이 쏟아지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관객 즉, 우리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아직 먼저 다가오는 예술의 발걸음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가끔은 주춤하며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많은 걸음을 옮긴 예술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딪을 용기를 갖는 것이다. 작가들의 예술 프로젝트를 우리는 즐길 권리가 있다. 부끄러워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용기에 보답하는 것. 이것이 지금의 우리가 갖추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이들을 더욱 반갑게 맞이할 때 예술, 문화를 깊이 느끼고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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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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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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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잘봤습니다. 예술 장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관람객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위로를 받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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