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닷마을 다이어리 – 청춘이지만 아프지 않을 그들 [시각예술]

보기좋은 영화를 맛있게 요리한 네 자매
글 입력 2016.11.2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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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아트인사이트 홈페이지에서 프랑스영화를 편애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해당글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프랑스 영화를 볼 때면 어김없이 낭만적인 형태의 질문을 느꼈기 때문이였다. 마찬가지로 일본영화에서는 그것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날로그 도쿄’라고 하면 쉽게 떠올려지는 푸른 빛의 청량한 이미지, 다른 악기가 가미되지 않은 피아노 반주, 땡땡 소리가 금방이라도 귀에 울려펴질 것 같은 철도를 가로질러가는 자전거를 탄 소녀가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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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이런 이미지들을 모두 담고 있다. 스토리 속에는 1년여 기간 동안 등장인물들이 함께 보낸 시간이 담겨 있지만 유독 머리에 남는 것은 그들의 여름날이다. 배경이 된 집은 나무로 된 단독주택이였고 마당이 있다는 점에서 내가 이사오기 전까지 태어날 때부터 살던 집과 매우 닮아있었다. (우리집 마당엔 매실나무 대신 감나무가 있었다는 것 만 빼면) 그리고 그 공간을 어머니, 아버지 없이 네 자매가 투닥투닥하면서 온전히 채워가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기분 좋게 만들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꽤 많이 눈물을 글썽였다. 넷이서 함께 뜯어진 문풍지를 바르는 모습이 너무 다정해서 눈물이 나왔고, 각자가 가진 상처를 아프게 드러내다가도 반창고를 다시 붙여주는 모습에 부러워서 울었다. 그렇다고 내가 가족에 대해 상처가 있거나 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그들의 소박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도 보기 어려워진 모습들이 마음을 많이 따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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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와중에 자꾸만 드는 또 다른 생각은 ‘내일은 꼭 계란과 간장이 들어간 튀김 덮밥을 먹어야겠다.’는 것이였다. 공복으로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봤던 관객들이 감내해야 했던 식욕만큼은 아니였겠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스토리가 담긴 음식들은 야속하게도 정말 ‘맛있어’보였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내가 상큼한 매실주를 보며 입맛 다시게 하고, 엄마에게 다음번에는 카레에 어묵을 넣어서 먹어보자고 얘기도 했다. 막내 ‘스즈’가 짧았던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 올릴 수 있던 것도 바닷가 고양이 식당에서 먹은 ‘잔멸치빵’과 첫째언니‘사치’가 만들어 준 ‘잔멸치 덮밥’을 통해서였다. 음식은 맛과 냄새로 기억되기 때문에 오래갈뿐더러 직접 해줬던 요리라면 그 요리를 다시 만들어 보면서 그리운 대상에 대해 곱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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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다른 형제인 막내 스즈는 영화 초반에 가장 불쌍한 아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스즈만큼 나를 챙겨줄 수 있는 가족들이 많지 않고 그들과 보낼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온기가 이렇게나 따뜻하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리고 밥 한공기를 통해 그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각자의 바닷마을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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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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