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경에 관한 고찰 -에밀리마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6.0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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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마틴은 의학에서 몸을 인식하는 비유의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여성의 월경과 폐경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제시하고, 월경과 폐경을 병리적으로 이해하는 현재의 방식을 비판하며,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18세기 후반 여성과 남성의 몸이 의학적으로 유사하다고 간주되었을 때 월경과 폐경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었으나,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부각됨 따라 이는 병리적 현상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세계를 공장에 비유하고 인간의 역할을 생산으로 규정한 학자는 월경을 실패한 생산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시각은 의학 교재에서 월경을 퇴화, 위축, 손실 등의 부정적 용어로 설명하는 것에서 여전히 발견된다. 실제 여성이 난소의 황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처럼 남성도 생식세포를 가지고 태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은 퇴화의 과정으로, 남성의 몸은 정자의 생산 과정으로 이해되는 것은 공정한 방법으로 남녀의 생식이 이해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월경은 실패한 생산인가?"



이어서 마틴은 월경을 붕괴와 퇴화로 이해하는 주장에 대해 위 내막과 남성의 생식에 대한 사례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즉 여성의 월경도 위 내막과 남성의 정액처럼 생산으로서 이해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선택이 발생했으며 이는 여성의 몸의 목적을 생산으로 간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마틴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월경혈을 생산하는 것 자체를 월경의 목적으로 보는 방식을 제시한다. 여성의 몸을 임신이 목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월경혈도 바람직한 생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당사자로서 매달 찾아오는 월경을 수정에 실패한 난소가 자궁 외벽을 허물면서 함께 무너져 내리는 과정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몸에 대한 이해는 '의학'이라는 권력에 의해 정의된 것이었으며 그 이면에는 여성에게 재생산을 의무적인 역할로 규정하는 이데올로기가 전제되어 있었다는 발견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러나 비록 마틴의 월경을 월경혈의 생산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해도 여성의 몸이 재생산을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초경과 폐경이 여성의 일대기에서 주요한 전환점으로서 이해되는 뿌리 깊은 사고가 잔재하는 한 이러한 발상이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글을 읽기 이전에 필자는 여성의 월경에 대한 부정적이고 혐오적인 시각이 단순히 월경혈의 '냄새' 그 자체나, 생식기에서 나오는 배설물에 대한 근본적인 불쾌감에서 기인한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여성 당사자인 친구들도 복통, 찝찝한 느낌, 냄새를 유발하는 월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혐오감을 의학에서의 월경과 폐경에 대한 병리적인 이해 방식이 일상에 침투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결국 혐오적인 냄새라는 감각도 본질적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남녀의 위계 질서가 투영되지 않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학에서의 몸에 대한 설명이 전제 되어야 이러한 혐오적인 시각도 서서히 옅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은 궁극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성차에 근거한 몸에 대한 이해 방식이 어떻게 여성의 몸 안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대해 '생산'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강제하고, 월경과 폐경에 대한 부정적이고 병리학적 해석을 조장하였는지 보여준다. 비록 저자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으나 이러한 발견은 남성중심적 의학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잠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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