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립영화의 보금자리 독립영화관, 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문화공간]

글 입력 2016.06.0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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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062.jpg▲ -구글 이미지 발췌
 

 CGV나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걸린 상영시간표를 들여다보면 거의 항상 10편 정도의 영화가 상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시기에 상영하는 영화가 대형 영화관 시간표에 있는 10편뿐이라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10편의 영화들은 수익을 창출해낼 만한 상업영화이기에 그 곳에 걸려있을 뿐,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주변 어딘가에서 조용히 상영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로 독립영화 혹은 인디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이다. 그러한 영화들은 작가의 의도를 보다 중시하기에 제작방식이나 주제 면에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않아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시장에 그들이 발 디딜 틈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독립영화관이라는 보금자리 같은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보금자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만 같다. 


DSC_1260-n.jpg▲ -구글 이미지 발췌
 

 독립영화관에게 어쩌면 경영난은 숙명이다.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데다가 대형 멀티플렉스가 우후죽순 생겨나 전국 극장가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많은 독립영화관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선정 및 지원 사업으로 몇몇 독립영화관들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독립영화관의 존속을 도와 멀티플렉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를 대중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데 영진위의 사업이 한 몫 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영진위의 지원 사업은 대형 멀티플렉스 속에서 독립영화관을 구제하고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도모했던 과거와는 상반되는 행보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립영화관, 그리고 다양성


IE001945913_STD.jpg▲ -구글 이미지 발췌
 

 지난해 7월 영진위는 극장 중심의 기존 사업을 폐지했다. 대신 위탁업체로 하여금 연간 최대 48편의 한국 예술영화를 선정하도록 하여 마케팅 및 배급비용을 지원하고 선정된 독립영화 중 24편 이상을 상영하는 독립영화관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존 지원 사업은 영화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독립영화를 상영하는데서 오는 독립영화관의 경영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따라서 독립영화관들은 그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어떠한 직접적인 개입 없이, 어떤 영화를 극장에 내걸 것인지 그 선택권은 오로지 영화관에게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다채롭고 특색 있는 수많은 독립 영화들이 대중들 앞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한 다양성과 독립성이 존중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변경된 지원 사업 아래에서는 각자의 기준대로 영화를 선택하여 스크린에 거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48편 중 24편 이상을 무조건 상영해야한다. 보이콧을 하듯이 지원금을 포기하고 영화관만의 신념대로 나아갈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자에 시달리는 독립영화관들에게 영진위의 지원은 무시할 수 없는 손길이다. 물론 선정된 영화 48편 내에서만 상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이 한 편이든 두 편이든, 독립영화관과의 합의 없이 영진위가 정한 위탁업체의 기준에 맞춘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의 독립영화관 진출과 기존 독립영화관의 존속


IE001885603_STD.jpg▲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54329
 

 지난 해 11월, 북촌에 자리하고 있던 독립영화관 씨네코드가 자취를 감추었다. 스폰지 하우스 광화문점 역시 올해 5월 13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립영화관들은 대체로 경영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영진위의 지원 사업덕분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진위가 기존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을 폐지하면서 독립영화관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layout 2016-6-2.jpg▲ -구글 이미지 발췌
 

  영진위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전국 예술전용관 60여 곳 중에서 22곳이 CGV와 롯데시네마 계열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독립영화관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반면, 대형 멀티플렉스 계열 독립영화관들은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누군가는 시설과 서비스 측면에서 보다 나은 대형 영화관을 대중들이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기에 다른 독립영화관이 사라지는 것은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쟁도 비슷한 위치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자본, 마케팅, 배급사, 그리고 영화관까지 모두 확보하고 있는 CJ, 롯데가 만든 독립영화관과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독립영화관은 시작점부터가 다르다. 때문에 이러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독립영화관은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독립영화관에서도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독립영화 진출은 막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 의한 독과점이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루트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진위가 독립영화관 지원 사업을 중단했던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영진위가 변경된 지원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은 그 변화의 산물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원 사업이 독립영화관의 존속과 발전, 그리고 다양성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가 그 이름에 걸맞게 진정 영화의 진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고 또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반채은.jpg
 



**참고자료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719955.html
http://www.kobis.or.kr/kobis/business/mast/thea/findArtScreenStat.do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0959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54329
http://www.fnnews.com/news/201605152107052464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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