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으며 즐겼던 < 형제의 밤 >

글 입력 2016.04.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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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코미디 2인극 <형제의 밤>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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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연극이라 기대가 되기도 했고,
실제 형제보다 더 형제같다는 두 주연의 연기도 기대가 됐습니다.
2인극은 처음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관람을 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2명이서 연극을 한다는 건 어떨까?
지루할 수 있지 않을까? 내용을 둘이서만 다 풀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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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같이 귀여운 디자인이라서
같이 간 친구가 표는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어야 겠다고 하더라구요.
두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포즈가 벌써 미소를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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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갔던 날은 김중기 배우님과 권요한 배우님들이 열연을 펼쳐주셨어요.
두 분다 유쾌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서 연기를 하시더라구요.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에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서 몰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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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소극장이다 보니 무대를 활용하는 게 돋보이더라구요.
문을 하나 설치해 각자의 방으로 나눈 점과
창문과 소파를 이용해 거실을 나타낸 점도 눈에 들어왔어요.

게다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밖에서 들어올 때
관객석을 통해 나가는 모습도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이런 것이 연극이 살아있는 묘미인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형제의 밤>은 2인극이다 보니 조명과 음향 활용이 더 섬세하더라구요.
분위기에 맞게 적절하게 나오는 음향은
친구와 저 모두 호평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소품을 매개체로 연극이 이어졌는데
그때마다 조명으로 비춰 더욱 돋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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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날 사진은 아니지만 이 사진만 봐도 유쾌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성격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은 매번 충돌하고,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 거리는 모습이 가볍게 웃음이 나더라구요.

가슴 따뜻한 양아치와 소심하고 까칠한 앨리트라는 소재는
어떻게 보면 식상한 소재일 수 있지만 두 배우님들이
식상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을 한껏 잘 살려주셨어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유산과 비밀을 두고 진행되는 스토리와는 맞지 않게
고등학생처럼 유치찬란한 두 사람의 행동은 마음 따뜻한 웃음을 자꾸 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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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형인 수동과 동생인 연소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상극의 형제들인데,
고등학교 때 서로 다투다 각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서 형제가 됐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갑자기 필란드로 가신다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에
연소가 운전하는 차를 덤프트럭이 덮쳐, 연소만 살아남고 부모님은 즉사하십니다.
그렇게 남은 집과 빚더미를 가지고 싸우다
서로의 갈등이 극대화 되어 주먹다짐까지 합니다.

수동은 극 중 초반부터 굉장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며
엄마의 그림을 가지고 나가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액자는 자신의 것이라며 그림만 빼가라는 연소의 말에 수동이 그림을 빼다가
뒤에 시와 함께 그려진 샴쌍둥이 그림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소는 어머니가 남겼던 '집은 연수'에게 주라는 유언을 생각해내며 그림을 추리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수동은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형제를 낳았을리 없다고 신경질을 부리고 추리를 거부합니다.
그렇게 둘의 갈등이 고조되고, 결국에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서슴치 않고 내뱉습니다.

나중에 각자의 공간에서 후회하는 듯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데
수동이 갑작스럽게 어머니의 유품을 보며 울부짖고, 작은 메모를 보며 괴로워합니다.
연소가 그 모습을 보고 메모를 빼았는데 수동이 격하게 반응합니다.
알고 보니 수동은 자신이 어머니의 친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얼마전에 알아서
 '수연'이란 존재를 처절하게 부정한 것입니다.

제발 자신에게서 엄마를 뺐어가지 말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믿어왔던 혈육을 놓아야 순식간에 놓아야하는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은 엄마에게 도데체 뭐냐고 소리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연소는 자신 역시 입양아이고,
수동이 입양됐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둘 사이의 앙금이 사라지고,
수연이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수연은 수동과 연소의 부모님이 아주 오래 전에 만나
샴쌍둥이를 낳았는 데 바로 그 샴쌍둥이가 수연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필란드의 한 병원에 입원해있었던 수가 얼마전에 죽었고,
그의 부모가 그를 만나러 오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울해 합니다.
자신들의 형제를 잃었다는 슬픔에 젖어있는데,
외국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듣고 샴쌍둥이의 다른 형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뛰쳐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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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연극을 보면서 수동의 민감한 반응과 신경질적인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제의 밤>은 적절한 떡밥을 미리 풀어두고 있었습니다.
혈액형을 통해 자신이 친아들이 아닌 것을 알기 됐기에
연소가 자신의 혈액형을 가지고 뭐라 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수연이라는 존재에 대해 아주 신경질적으로 부정하는 모습이
자신의 전부 였던 어머니를 끌어안고 놓칠 수 없어 버둥거리는
처절한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사실, 형제 간의 화해는 생각만큼 극적이지 않았고,
전개가 빠르지 않았나 싶었던 점이 있어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수동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것보다 더 처절하게 매달리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마지막엔 자신에게서 엄마를 뺐지 말라며 울부짖는 수동의 모습이
끝까지 가슴 속에 남았습니다.

게다가 화해 후 서로를 위로하는 것보다는
퉁명스럽게 번호를 물어보는 장면을 보면서 현실성이 느껴졌습니다.
과하게 서로룰 부둥켜 안으며 모든 걸 이해한다는 식의 화해였다면
더 감흥이 떨어졌을 것 같은데
수동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게 퉁명스레 먼저 번호를 물어보는 모습이 공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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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이르러서는 연극의 한계가 좀 보여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이렇게 극적인 화해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스토리가
가끔은 처절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 부분은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드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처절함이 더 와닿을 때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형제의 밤>은 화해하는 두 형제의 모습을 보며,
저 자신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꼭 현실 형제자매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아픔을 숨기며
상대를 공격하려는 제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서로의 방식대로 화해하고,
상극인 둘이 하나가 되어 완전한 하나가 되는 모습이
마음 속에 따뜻하게 남아 좋았습니다.
저 역시도 두 형제처럼 완전한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둘로 태어나 하나가 되고
하나로써 둘이 되는 것



극중 연소의 아버지가 지은 시로 후반부에 참 자주 나오는 시 입니다.
<형제의 밤>의 또 하나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감성적인 글귀들이
연극이 끝난 후에도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현실을 파고드는 글귀들과
저 시가 아마 영영 제 안에 남아 상대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하나로써 둘이 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지는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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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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