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한 울림을 주는 것들 [문화전반]

깊고 진하게.
글 입력 2016.04.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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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한 울림을 준 것 : 깊고 진하게.
 

작년 7월 중순, 서울에서 밀양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 '헉' 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뜨거운 공기에 놀라 자빠졌더랬다. 너무나도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당황할 기색도 없이 얼른 실내로 몸을 감추었다. 심호흡을 한 두번 한 이후에야 다시 햇살 아래로 나올 수가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았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곳곳의 커피숍과 식당 안으로 대피를 했던 것이었다. 그 뜨거움에 놀라 당황한 나도 급히 실내로 대피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일종의 재난같았던 그 더위를 15일간의 자원봉사자 활동을 하며 당당하게 맞딱뜨리게 되었다.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공간에서 밀짚모자와 팔 토시를 끼고, 선크림으로 노출된 살을 보호하며 때로는 고통스럽고, 더위에 현기증나는 봉사활동 시간들을 보내었다. 자원봉사, 말 그대로 내가 자원해서 간 봉사활동이었는데, 그 지옥같은 더위를 마주치고 나니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함께하는 인원들이 많아서, 나 하나 빠지는 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도망치려고도 몇번 시도를 해봤으나 양심에 찔려 결국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마냥 울상되어 다시 뙤약볕으로 나왔었다. 고작 이틀이 지난 날의 밤, 고작 이틀이지만 이미 몸은 한달 반을 고생한 듯 녹초가 되어 있었는데, 그 때 망치로 내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이유는 그 봉사활동을 주관하신 한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그 분은 '깊고 진하게'라는 말을 건네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마주치는 일들에 깊고 진하게 다가서길 바란다고, 모든 사람, 모든 사물, 모든 일들, 이 뜨거운 곳에서 일하는 순간조차도 깊고 진하게 다가서길 바란다고, 고작 15일밖에 되지 않는 봉사활동이지만, '아, 나 이 뜨거운 곳에서 15일동안 정말 열심히, 모든 일들에 깊고 진하게 다가서며 최선을 다했어.' 하는 그 생각들이 얼마나 자신을 뿌듯하게 해줄까, 하는 그 말씀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생판 모르는 다른 이들과의 깊고 진한 만남들이 지속되어 정말 마음 속 깊숙히, 뜨거운 색깔로 칠해지듯 진한 관계로 유지될거라는 그 말씀. 나는 그 이후로부터 정말 모든 것에 깊고 진하게 다가서고 싶어졌다. 여름의 향기, 드높은 하늘의 색깔, 좋은 사람들 등등 그 모든 것들에. 
 그리고 그것들의 깊이는 너무 깊숙해서 들여다보기도 힘들고, 너무 진해져서 지워지기 어려운 따스한 흔적으로 살며시 새겨지게 되었다.



진한 울림을 주는 문장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 
<책은 도끼다 中 - 박웅현 >
 

<책은 도끼다> 라는 책에 쓰여진 문장 몇가지에 진한 울림을 받았었고, 사람들에게는 다들 저마다에게 울림을 준 무언가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던 '깊고 진하게' 글 속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보았다. 그 이야기들은 문화적인 것 과는 약간의 괴리감을 보였기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책의 이야기를 살짝 건네려고 한다.

 푼크툼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그 말의 뜻은 날카로운 창 끝으로 해석되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닌 날카로운 창끝에 찔려 어떠한 상처로 남을만큼의 강렬한 그 무언가를 보고 푼크툼이라 정의한다. 이 책을 보고 한가지의 푼크툼을 경험(?), 소유(?) 하게 되었다. 나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계속해서 되뇌이게 하고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독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면서 시작한다. 한국인은 다독 콤플렉스에 걸려있다, 라는 것이 화자의 생각이다. 물론 나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우리는 왜인지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지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었니?' 하는 질문에 쭈뼛거리며, 물음에 대한 답을 한 손가락 안에서 해결한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다.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리고 내 생각 또한,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내 돈으로 직접 책을 구매하기. 일년에 더도말고 딱 5권만 사기.

사실 1년에 5권 조차도 읽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일 것이다. 하지만 그 5권이라는 숫자는 결코 많은 수가 아니며 부담스러운 수가 아니다.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양의 수라는 것이다. 그 5권조차도 읽지 못한다면, 문학과 멀어져버린 우리들의 삶은 진실로 피폐해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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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구입한 책 1.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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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구입한 책2. 사진관 집 이층 - 신경림 作



2. 내 돈으로 직접 구매한 책! 그곳에 낙서를 한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서점가서 읽는 책들에 감히 낙서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내 돈 주고 산 책에 연필로 선 하나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낙서' 를 할 것을 제안한다. 낙서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나에게 진한 울림을 준 문장들에 밑줄을 치고, 글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고스란히 여백에 옮겨 쓰는 것이다. 낙서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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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을 빌려주기! 그리고 그들에게도 낙서 하기를 권장하기.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빌려준다. 더불어서 "깨끗하게 읽을 필요는 없어~" 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그러했듯 그들에게도 똑같이 밑줄을 치고 생각나는 것들을 여백에 옮겨 써 줄 것을 부탁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책들을 되돌려 받았을 때, 내가 기록하지 않은, 그들이 기록하고 그들이 느꼈던 진한 울림들을 내가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시간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방법은 많겠지. 아, 책은 그저 읽기만 하면 되는 것, 무슨 방법이 필요하겠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깊고 진하게 다가서는 방법은 아마 여럿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도끼다> 의 이야기를 새겨넣어 쓴 오늘의 글은 책 읽는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진한 울림을 준 문장들에 대한 접근법. 더 오래도록 기억에 새기고, 종이 위에 소롯이 올려진 나의 글씨들을 시간이 흘러 펼쳤을 때 느낄, 마치 선물 받을 때의 기쁜 감정들, 그것을 기대하고 싶기도 하다. 


[김희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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