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고 기다리라 하지 말고. 연극 < 내 아이에게 >
글 입력 2016.03.3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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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고기다리라 하지 말고연극 <내 아이에게>아무리 사회가 빨리 돌아간다 해도 그렇지 우리는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아. 잊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기억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인데, 사람들은 그냥 잊기만 해. 도통 기억하려고 하지를 않아. 2년전 그날만해도 온 국민이 같이 분노하고 아파했는데, 고작 몇 달 지나니 그만하래. 멀쩡한 자식이 왜 그 차디찬 바다에 수장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는 건데 그만 좀 하래. 또 가만히 있으라고2년 전 그날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사람들은 말해. 부끄럽지만 나도 많은 사람들 중 하나야. 같이 아파하는 듯 하다가 결국 도망쳤거든.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당신의 아픔을 돌봐줄 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아요 앞으로 먹고 살 준비도 해야 하고… 언젠가는… 해결되겠죠 가만히 계시고 조금만 기다려보세요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사람들처럼 나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던 거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실은 기다리고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희생자들로부터 빠져 나와버린 거지.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응당 정부의 몫이라면 우리 개개인의 몫은 기억하는 거야. 기다려보라고말하지 않고 저 진도 앞바다의 심해보다 더 깊은 망각의 심연으로 배가 더 가라앉기 전에, 영영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나는 다시 기억하려고 해. 계절이 여덟번이나 바뀌어도 여전히 찾지 못한 내 아이, 그 아이에게 부치는 어머니의 편지로 만들어진 극, 내 마음속에서 조차 가라앉아 버린 배를 다시 건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망각의 바다에 수몰된 우리를 건져낼 수 있을까. 연극 <내 아이에게> 2016년 4월 6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서.연극 < 내 아이에게> 공연정보(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 됩니다.)[윤정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