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크가 있는 가곡 - 그로스앙상블 토크앤송 '슈만과 시인의 사랑'

글 입력 2016.03.0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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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마리아 칼라스 홀에서 그로스 앙상블의 토크앤 송, '슈만과 시인의 사랑'이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단지 가곡을 듣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가곡에 대한 설명까지 토크쇼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조금은 신선한 공연이다. 아트인사이트를 하면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제외한 공연을 많이 신청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기대가 되어 관람해보았다. 어려워서 거부감이 들었던 가곡에 대한 설명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나에게 '성악가'는 왠지 좀 낯설고 굉장히 진지하실 것만 같은 이미지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네 분께서는 하이네의 생애와 시, 그리고 슈만의 각 가곡에 대해 마치 사적인 대화를 나누듯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말씀해 주셨다. 실제 가족분들에 대한 이야기, 유학 경험, 또 지난 사랑의 이야기들까지 곁들여,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훨씬 풍성하도록 해주셨다.


그렇게 곡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나면 각 시에 대한 가곡을 들려주셨다. 사랑에 대한 설렘이나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직감하고 나서의 불안함, 혹은 이별에 대한 가곡을 이야기를 알고 들으니 훨씬 다채롭게 들렸다. 또 테너, 바리톤, 베이스의 다양한 톤으로 노래를 듣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여러 곡을 들었지만,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시가 있다.



<오래된 불길한 노래>

오래되고 불길한 노래들, 불쾌하고 증오스런 꿈,
그것들은 이제 묻도록, 커다란 관을 가지고 오라

그 안에 많은 것을 넣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도 더 커야 한다
그리고 마인쯔 다리보다도 튼튼하고 두꺼운 널판지 보다 커야 한다

라인강변 쾰른 성당의 열두 거인들도 데리고 오라
그 괴력의 크리스토프보다 더 힘이 세야한다

그들이 앞장서 관을 메고 바다 아래로 가라앉게 하라
커다란 고나은 그만큼 거대한 무덤이 필요하다

아시는가? 어째서 관은 크고 무거운지를?
나의 사랑도 나의 아픔도 그 안에 가라앉혀야 한다



이 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된 시다. 하이네는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와 이별한 후, 아파하고 외로워하다가 가장 마지막에는 이렇게 모든 감정을 마음 속 깊이 묻으며 사랑의 잔해들을 버리고 싶어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마음이야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이런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한 감정들을 이렇게 아름다운 은유로 표현해내는 하이네가 굉장히 멋있다고 느껴졌다. 커다란 관에 불길하고 불쾌한 것들을 넣고 싶다는 것, 또 넣을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리도 크다고 소문난 하이델베르크의 술통이나 마인쯔 다리보다 관이 커야한다는 표현도 기억에 남는다. 그가 얼마나 사랑의 상처로 힘들었고 이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지가 고스란히 잘 들어난 시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짧지만 아주 명료하고 아름답게 시로 풀어냈고, 또 음악가는 그 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더해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하이네와 슈만이 정말 멋졌다. 나처럼 가곡에 대해 많이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크게 어렵지 않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냥 노래만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렇게 가곡에 친근함까지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 좋게 관람했던 공연이다.


[정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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