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통이 그녀를 두드렸고, 그녀는 예술로 답했다 [시각예술]

절망 속에서 피어나다, 프리다 칼로
글 입력 2016.01.1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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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그녀를 두드렸고, 그녀는 예술로 답했다.

  예술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시간이라면 고뇌해야만하는 경험을 하는 것보다 밝은 것을 보고, 밝은 생각을 하며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예술가들은 고통을 예술의 마중물로 삼아 보란듯이 작품을 만들고 만다. 생의 고통은 그들을 두드렸고, 그들은 예술로 답했다. 지금부터 고통을 머금고 피어난 예술가를 만나보자. 더 정확히는 프리다 칼로를 만나보자.



절망 속에서 피어나다,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가 말하길, 그녀의 생애에 두가지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디에고를 만난 것, 하나는 전차 교통사고를 겪은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의 그녀' 혹은 '멕시코의 국보급 화가'. 프리다 칼로를 지칭할 수 있는 말이다. 필자는 '디에고 리베라의 그녀'라는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디에고는 남편이었으나 충실하지 못했고, 따라서 프리다 칼로에게 암 같은 존재였다. 디에고 리베라는 결혼 생활 내내 끊임없는 불륜을 저지른다. 심지어 프리다 칼로의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기도한다. 한 두번이 아니라 일평생 계속되는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다 칼로가 작품에 몰두하는 계기가 된다.  
  18살 때 겪은 전차 교통사고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고로 인하여 그녀의 대퇴골과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오른발은 아예 부서졌고 왼쪽 어깨는 탈구되었다. 이 때 버스 손잡이 쇠봉이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하기도했다.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 총 32번의 수술을 했고, 육체의 고통과 함께했다. 이런 비극과 그로인한 고통은 그녀만의 개성을 선물함과 동시에 작품 세계에 형상화된다. 단지 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다친 그녀의 몸은 번번이 유산을 한다. '모성을 가진 여성의 삶을 살 수 없다.'라는 절망감은 프리다를 짓눌렀다. 

 
칼로 부서진 기둥.PNG

칼로, <부서진 기둥>. 1944년


  '프리다 칼로'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면 이 작품은 아닐까? 몸에 세밀하게 꽂혀있는 못들은 그녀가 매번 느끼는 통증과 육체적 고통을 말하는 듯하다. 그림 속 여성의 척추는 고대 그리스의 신전의 단단한 기둥으로 세워져있으나, 금이 가 위태로워 보인다. 이런 기둥만으로는 지탱이 되지 않았는지, 쇠띠가 그녀의 몸을 칭칭 동여메고 있다. 실제로, 칼로는 이 무렵 건강이 악화되어 여러가지 재료로 만든 코르셋을 입고다녔어야했는데, 이 때의 고통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속 여인의 표정은 눈물로 가득한데, 이는 프리다 칼로의 고통을 말하는 것만 같으며, 작품 속 여인의 감정에 이입되게 한다. 황량한 배경도 작품 속 여인의 황량한 마음을 드러내는데 기여한다. 


사슴.PNG

칼로, <부상당한 사슴(나는 가련한 사슴)>, 1946


  황량한 숲 사이로 방황하는 듯한 사슴 한마리가 보인다. 사슴의 몸에는 화살이 관통하고 있어 보는 이에게도 아픔이 전해진다. 사슴의 얼굴엔 프리다 칼로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러기에 화자의 힘든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이 작품을 그렸던 해에 프리다칼로는 뉴욕에 있는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프리다칼로.PNG

칼로, <핸리 포드 병원>, 193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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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잘라낸 머리가 있는 자화상>, 1940년


  프리다 칼로는 두 번째 유산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하여 위의 작품을 그렸다. 1932년의 초현실주의 작품인 <핸리 포드 병원>은 유명한 자화상 중 하나이자, 유산의 아픔이 담겨있는 그림이다. 프리다 칼로는 일기에 이 그림이 '고통의 메세지를 담고있다'고 적었다. 그 옆의 작품은 디에고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작품의 이름은 <잘라낸 머리가 있는 자화상>이다. 작품 속인물의 머리카락은 잘린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보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그건 당신의 머리카락 때문이죠. 지금 당신은 대머리가 되었어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영국 가디언의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는 이 작품을 '미술사를 빛낸 자화상 10선' 중 하나로 꼽으며"꿈 속의 한 장면같은 이 그림에서 프리다 칼로의 잘린 머리카락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둥둥 떠다닌다"며 "사랑의 순교자인 프리다 칼로의 모습에서 막달라 마리아나 금욕적인 순교자 같은 가톨릭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사랑으로 행복했다면, 이런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칼로의 작품세계를 초현실주의라고 한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무의식보다는 본인의 현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며 초현실 주의를 부정했고, 이러한 범주에 드는 것을 그녀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고통은 곧 눈앞의 현실이자 일상이었던 셈이다. 고통이 그녀의 삶을 두드렸다. 아니, 이 정도면 거의 짓밟고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는 보란듯이 예술로 답했다. 그래서 비극은 작품을 남기고 신기루로 사라져버렸다. 


[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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