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IDance2015/ Z를 위한 레퀴엠

글 입력 2015.10.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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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_photo by  Andi Bancic.JPG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던 1970년 대 초 창단된 자그레브 무용단은 설립 이후 많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함 없이 단체의 독창적이며 진솔한 에너지를 지켜왔습니다. 'Z를 위한 레퀴엠'은 현대사회의 인간소외를 주제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긴장감을 끊임 없이 조성합니다. 무용수들은 삶의 덧없음, 무력함, 소멸, 떠남에 대한 답을 찾으며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상호 친밀감을 드러냅니다. 카메라와 스크린을 통해 진짜 신체와 신체 이미지 사이, 촬영하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 등 오늘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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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1_requiem for z_photo by Maja Kljaic.JPG
 

  무용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창작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많은 문장과 단어로 세상을 인식해온 나에게 춤에 담긴 세상을 보는 것은 굉장히 낯설었다. 작품의 의미를 진정 읽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건지 혼란이 왔다. 특히 현대 무용이라는 장르에 대한 생소함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그레브 무용단이 추구하는 의미의 본질에까지 다가갈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그레브 무용단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알 수 있었다. 독창성이 드러나는 방식 중 핵심은 소품이었다. 그리고 그냥 소품이 아니라 무용무대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여겨지는 것들이 사용됐다.
  
  무대는 카메라에 담은 무용수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비췄다. 단번에 연출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용수들은 거듭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려 했다. 자아를 계속 드러내려 하는 욕구가 반영된 모습. 카메라에 집착하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스크린에 무용수의 이목구비가 가까이 띄워질 때는 굉장히 묘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마이크 또한 사용했다. 직접 육성으로 소리를 냈는데 마치 비트박스와 같은 의성어로 표현이 되었다. 녹음된 음악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저런 생경한 소리 위에서 춤을 출 수 있다니. 


 인상에 남았던 건 무용수들이 급하게 빛을 따라다니던 장면이다. 왜 빛을 따라다녔던 걸까? 이 장면에서 나방 따위의 벌레를 떠올랐다. 벌레와 같은 존재. 벌레와 같은 인간. 벌레와 같은..나?


  후반으로 갈 수록 괴이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무용수들은 균형을 유지하려는 듯이 서로를 잡아당겼다. 관계의 대립 같기도 했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의 형상같기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 무용수를 들어올리는 부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괴이했다. 


  한 토막 씩 짚어가며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몸짓으로 나타낸 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란 것을 분명히 알았다. 낯선 연출, 낯선 음악, 낯선 소품, 낯선 동작. 무용의 언어를 잘 알지 못하는데도일치된 하나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자그레브 무용단이 의도한 바가 나와 어느 정도는 접점을 이루었다는 뜻이 아닐까?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생각할수록 작품과 서서히 맞닿는 기분이 꽤 즐거웠던 Z를 위한 레퀴엠이었다. 
  

★SIDance2015  시즌.jpg
 

제 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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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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