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정과 평화의 음악회 - beyond

글 입력 2015.09.15 00: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61회 리플렛 수정본(소).jpg
 

 ‘beyond'라는 영어단어는 ‘~저편에’, ‘지나’, ‘넘어서는’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조금씩 다른 뜻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beyond'라는 단어는 현재 있는 곳을 넘어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최근에 ‘우정과 평화의 음악회’라는 클래식 공연을 봤다. 공연을 보고 나서 어떻게 이 공연을 한마디로 정리할까 고민이 들었는데, 문득 ‘beyond’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단어가 다른 단어보다도 ‘우정과 평화의 음악회’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라고 확신이 들었다.

 ‘우정과 평화의 음악회’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특정 오케스트라나 연주자를 부각하기보다는 한국과 체코의 긴 ‘우정’과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보통 클래식 공연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연주자 혹은 작곡가를 앞세우는데, 이 공연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망설여지기도 했다. 과연 이 공연은 음악을 통해 우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의 민요와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곡이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공연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까지도 기대감과 걱정이 섞였다.

 전반적으로 돌이켜본다면 기대했던 것보다 연주자들이 곡을 잘 소화했다. 먼저 ‘카니발 서곡’은 내가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드보르작의 음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면서 명랑하게 연주했다. 그리고 ‘나의 조국’ 같은 경우에는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익숙한 곡인데도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카니발 서곡’이나 ‘나의 조국’을 들을 때보다 더 잊지 못했던 순간은 바로 오케스트라가 우리 민요를 연주했던 순간이었다. 사실 2막을 보기 전에는 우리 전통 민요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어색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클래식이라는 형태로도 우리 민요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민요를 연주하고 부르는 것도 좋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오히려 여태까지 왜 이런 시도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사실 이번 공연이 완벽하다고 느낄 정도로 좋았던 건 아니었다. 연주된 모든 곡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왜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곡과 한국의 ‘전통 민요’가 한 자리에 만나야 했는지 설득력이 부족했다. 왜 수많은 곡 중에서 두 작곡가의 곡과 한국의 민요를 선택했을까? 그에 대한 답을 공연을 보면서 찾을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하지만 음악 교과서에서만 묻힐 뻔했던 곡들을 발견하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여태까지 봤던 클래식 공연보다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무엇보다도 ‘클래식’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체코와 한국 두 나라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의미 있었다.

 ‘우정과 평화의 콘서트’가 올해에도 공연되었지만 이전에도 공연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클래식을 통해 지금 서있는 곳을 넘어 다른 곳을 보려고 하는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때는 올해보다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태그.png

[박은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