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러분의 시간의 꽃은 무사한가요? [문학]

글 입력 2015.06.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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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도
회색 신사들에게 시가를 제공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동화같지 않은 동화소설

모모 (미하엘 엔데 作)
모모.jpg

박민규 (ART insight 문화초대 운영팀)

군 생활을 한창 하고 있었을 때,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됐다.
책을 처음 완독하고 나서 3개월 차이나는 선임과 근 1주일동안
이 책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이 상당히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모모로 열광할 수 있었던 1주가 지나가고 약 2년이 지난 뒤, 모모를 다시 꺼내들었다.

사실 다시 모모를 꺼냈을 때, 걱정이 앞섰다.
2년 전 느꼈던 모모의 열기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까?
행여나 지난 모모의 열광마저 거짓으로 느껴지면 어쩌지?
그래도 난 느끼고 싶었다.
과거의 열광이 미화된 기억일지라도,
기억속의 열광을 다시금 꺼내보기 위해 책장 한 장 한 장을 설레는 맘으로 넘겼다.

설렘+초조+기대+불안
조심스레 모모의 모험담에 내 정신을 맡긴다.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내가 모모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다.
정말 많은 구절이 써있지만, 모모하면 난 이 대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다같이 외쳐보자!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이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의 짧막한 한 마디의 대사에서 어렸을 때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을 싹~다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진짜 나에겐 마법의 문장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보다 더 큰 무언가에 휩싸였다
몸뚱아리 하나만 있으면 뭔들 못했던 그 때.
휴대폰도 없었고, 시계도 차지 않았었다.
단지 그 시간, 그 장소에 가면 항상 친구들이 모였고, 온갖 놀이를 하며 놀았다.
딱지치기, 팽이치기, 술래잡기, 경찰과 도둑, 공기(이래봬도 초등학교 땐 반 최강자였다), 탈출, 실뜨기(!)
진짜 나에게 있어선 인생문장이다. 이러니 내가 모모에 열광하지!!!!!!!!!!!!

그런 의미로 다같이 한 번 더 외쳐보자.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시계.jpg

모모를 처음 읽었을 때 회색신사들 이야기는 ‘음..좀 공감!’ 에 머물렀었다면,
지금은 ‘대~박’ 에 박수까지 짝짝 쳐주고 싶다.
회색신사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약간 어처구니없는 계산법을 사용하긴 한다.
그들의 시간계산법은 항상 0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때 느낀 건, 역시 영업직은 말 빨이다!(?)
물론 회색신사는 동화소설 속의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영 깨림칙한 건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내면에 계속 살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항상 ‘바쁘다’ 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에도 ‘오늘은 안돼’, ‘난 할게 많아’ 를 외치며 스스로 달래는 우리의 모습.
어쩌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회색신사들이 태울 시가를 계속해서 공급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던 적이 없던가..? 친구들과의 약속을 바쁘다는 핑계로 파토 낸 적도 있었고, 마냥 날짜만 계속 미루다가 결국 흐지부지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비단 학기 중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도 이랬었다니.. ㅂㄷㅂㄷ

지금 이 시간에도
회색신사들이 시가를 태울 시간의 꽃은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꽃.jpg


시간의 꽃이 들려준 노래는 어떤 노래였을까?
내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시간의 꽃이 들려주는 나만의 노래를 난 들을 수 있을까?
듣게 된다면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까?
행여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면 어쩌지?

모모를 읽는 내내 내 머리는 온통 물음표 투성이로 가득찼고, !는 몇 개 있지 않았다.
앞서 말한 회색신사들과의 접촉과 내 인생문장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어쩌면 모모는 단순한 동화가 아닌,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외치고 이 글을 끝내고 싶다.
슘 슘 굼미라스티쿰이군!


모모.
단순한 동화소설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회색신사들이 다시 나타나
그들의 증식은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민규문화초대운영팀장-태그.jpg
[박민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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