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립서점에서 보물찾기 [공간]

취향이 담긴, 시공간을 멈추는 공간
글 입력 2023.10.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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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게 된 이후, 어린 시절의 내가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매개체는 책이었다.

 

집에 있는 세계 명작과 각종 고전 소설 등 같은 책을 수도 없이 반복하여 읽었다. 하루에 네다섯 시간 책을 읽는 아이에게 집에 있는 책은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시 학교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부터, 크리스마스는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는 날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금액 안에서 책을 골라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골랐던 기억이 난다. 내 취향의 반복해서 읽을만한 책을 여러 권 고른 후에는 근처의 고디바 매장에 가서 초콜릿을 사 들고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취향이 담긴 공간



이제는 책을 고르는 취향도 뚜렷해졌고, 전자책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종이책은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독립서점에서 산 책이다.


베스트셀러(많이 팔린 책)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많이 전시된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은 책방지기 혹은 큐레이터가 선정한 책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 다양한 장르를 취급하는 독립서점이라도 자주 방문하다 보면 책을 고르는 사람의 취향이 보인다.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공간은 애정도 함께 담긴다. 그렇기에 방문할 때마다 기분이 좋고, 그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간이 된다.


한동안 많은 자기 계발서가 출간되고 서점의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는지 자기 계발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나는 자연스레 서점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 한동안은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책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독립서점에 방문한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게 된다.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자책으로 소장하는 것과 별개로 분명히 손에 잡히는 책이 주는 끌림이 있다.


내 취향의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끌리는 제목의 책을 이리저리 펼쳐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구절에 끌려 책을 사는 행위는 마치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 이는 비단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 찍는 것,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사진이 들어있는 사진집과 요리책은 실물 소장 가치가 크게 올라가는 책 종류 중 하나이다.

 

외국 서적이 가득한 독립서점을 방문했을 때에도 사진집을 하나 구매하였는데, 후에 검색해 보니 어떤 이유로 출간했는지도 알 수 없는 사회공헌기업이 낸 책이었다. 독립서점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만나지 못했을 정말 보물 같은 책이다.

 

 

 

시간을 멈추는 공간



미리 찾아보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깜짝 선물을 주듯이 어딘가에 놀러 가서 근처 독립서점을 검색해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10분도 채 보지 못하고 나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1시간을 넘도록 샅샅이 탐구하는 곳이 생기기도 한다. 독립서점은 나를 다른 시공간으로 보내어 시간이 멈춘 듯한, 밖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기본적으로 내게 책은 다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도구이다. 카메라 렌즈에 담긴 풍경을 통해 사진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소설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사상에 담긴 주장을 통해 철학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슬쩍 들여다본 세계가 내 생각과 들어맞거나 내 생각을 넓힐 수 있다면, 그런 세계가 꽉 들어찬 공간이 내 시간을 멈추게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이 더 다양한 시공간을 향유하고 그 감각을 자연스레 일상으로 가져오기를 바라며, 앞으로 더 많은 독립서점이 생기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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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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