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5.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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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말루프 감독,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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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뉴욕 태생의 비비안 마이어라는 여성 사진작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제목부터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호기심도 들었고, 그녀의 초상화를 담은 포스터가 강렬해서 그녀가 어떤 작업들을 해왔을지 궁금했다. 사실 처음에 얼핏 포스터를 보고는 남자 작가로 착각할 정도로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 짧은 머리이다. 영화를 낮에 보러 갔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기를 가져 온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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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직접 사진을 찍는 것 보다는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다. 사진을 잘 못 찍는 것도 있지만 사진을 찍는 게 난 어색하다. 하지만 누군가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뭘 남기고 싶었는지 알아 가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보았던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이전까지 내가 사진전에서 보았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유명 인사들을 피사체로 담았던 필립 할스만의 ‘필립 할스만’전이나,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포즈를 찍은 조던 매터의 ‘Magical Moment’전은 마치 화보를 보는 듯했다. 사진작가가 만든 구도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말 그대로 일상이었다. 그래서 가까우면서 차갑고 안타깝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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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은 옛날 사진을 찾던 중에 벼룩시장에서 필름이 담긴 상자를 사게 되었다. 그 상자 속 필름들은 비비안 마이어가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그는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정보를 찾고자 했지만 어디서도 그녀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그녀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녀의 유품을 찾게 되면서 차차 그녀에 대해 밝혀내기 시작한다. 그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이 가치 있음을 확신하고 마침내 그녀의 이름을 건 전시회를 열게 되면서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전에 자신의 사진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유모로 생계를 유지했던 그녀는 그 누구도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항상 자물쇠로 방을 잠갔다고 하니 그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왜 숨겼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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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가 사용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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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비비안 마이어는 항상 목에 카메라를 맨 채 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가 평소에 봤던 필름 카메라랑은 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세로로 긴 카메라이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를 보며 사진을 찍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녀의 초상사진을 보면 카메라 위를 보는 그녀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일반 인물들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밑에서 위로 바라보는 시점이다. 그녀가 유모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자신의 지위가 낮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살았음을 그녀의 녹음테이프에서 알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녀의 사진에도 그런 시선이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진 속 인물들이 슬퍼 보이기도 하고 안타까워 보이기도 하다. 그녀의 사진을 통해서는 단순히 그녀가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당대 현실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방이 신문으로 가득 쌓여 바닥이 내려앉을 정도였다고 하니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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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남기고 수집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는 인상이 깊이 새겨졌다. 어쩌면 그녀는 어렸을 때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점점 그녀가 한 작품들이 더 궁금해졌다. 그녀는 생전에 모든 작품들을 꽁꽁 숨기긴 했지만 단지 찍기 위해서 그렇게 많이 작품을 남겼을 리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로는 국내에 올해 3월에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사진집이 출간되어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의 감독이 이 책도 집필하여 발간했으니 사진집에 대한 깊이 또한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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