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드 인디고 - 낯선 일상에서 찾는 사랑의 색깔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26 07: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다운로드.jpg


[무드 인디고]는 프랑스 유명 작가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 발명으로 부자가 된 콜랭 (로망 뒤리스)와 그의 연인 클로에(오드리 토투)의 단순하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여느 사랑 이야기와 다름없이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클로에가 병에 걸리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결국 그녀가 죽으며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작은 장밋빛 구름 한 조각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그들에게 다가왔다. 구름이 제의했다.

“나 갑니다!” 콜랭이 이렇게 받았다. “그래, 이리 와!” 그러자 구름이 두 사람을 감쌌다.’

- 보리스 비앙, ‘세월의 거품’-


그렇다면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무드 인디고]를 찾고, 영화가 전문가 평점 6.69 / 관람객 평점 8.10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1. 낯설게 하기 


[무드 인디고]는 평범한 남녀의 평범한 이야기를 낯설게 하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낯설게 하기 기법이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처음 사용한 예술 표현 기법으로 말 그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기법이다.

영화 속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도 같지 않다. 텔레비전 속 요리사와 대화를 하며 레시피를 배우고, 음식을 조리된 상태에서도 팔딱팔딱 살아 움직인다. 다리가 완벽한 아치형을 그리는 재즈 댄스를 추고, 현관문 벨은 스스로 움직이며 깨트려질때까지 소리를 낸다. 여주인공이 걸리는 드라마틱한 병은 암이 아닌 폐에서 수련이 자라는 병이다. 이러한 연출 기법으로 영화는 빈약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2시간 동안 화면에 집중하게 한다. 나 자신도 영화가 시작하면서 '아니, 뭐 저런 어이가 없는 경우릴 보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우습고 신기해 스크린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요리에 쓰일 뱀장어를 마치 두더지 잡기 하듯 무작위로 수도꼭지 안에서 잡아야 한다니, 감독의 상상력이 엄청났다.


30000435275_700.jpg


여튼, 영화 속 캐릭터들의 생활은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불가할 정도로 독특하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티비를 보고,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리고, 춤을 춘다. 더 로맨틱하기도, 더 비참하기도 느껴지는 그들의 세계도 결국 우리의 세계와 같다. 이렇게 익숙한 일상이 다르게 보이며 낯섦으로 시선을 끌고 의미가 부여되면서, 영화는 우리를 능동적 사고로 이끈다. 이것이 낯설게 하기의 미학이다. 


2. 감각적 색채


미쉘 공드리 감독은 그 특유의 색채감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무드 인디고]의 포스터 조차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깔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색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영화는 콜랭과 클로에의 사랑의 변화, 기승전결을 스크린 색채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곧 인생의 희노애락과 같다. 

처음 콜랭의 집이 보여지고, 타자기 회사가 등장할 때 그렇게 알록달록한 화면을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랭의 집사 니콜라가 만드는 요리들도 형형색색의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은 소품들의 색감을 더욱 빛나게 한다. 파티 음식들도 시선을 강탈하는 핑크빛을 띄고, 재즈 댄스를 추자 화려한 푸른 계열의 빛이 비춰진다. 아마 이때 가장 영화 속 세계와 우리 일상의 괴리감이 커진 것 같다.


5.jpg


콜랭과 클로에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데이트를 즐길 때는 점차 빛이 밝아지고 화사해지며 그들의 사랑에 활력이 생긴다. 구름 모양의 기계를 타고 데이트를 할 때부터 결혼식을 올리고 떠나는 신혼여행까지 아른아른한 파스텔 톤의 색감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컴컴한 어둠 속 스크린은 관객에게 사랑의 활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클로에 몸 안의 수련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색채는 점차 어둡게 변해간다. 콜랭은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바치며 헌신하고, 사랑 때문에 그의 화려한 일상은 색을 잃는다. 꽃을 써야 효과가 있는 치료법 때문에 콜랭은 매일 화려한 꽃을 사다 준다. 화려한 꽃들 덕분에 그들의 흑백 현실은 화려했던 과거와 더욱 대비되며 슬픔의 감정은 배가 된다. 창에는 먼지인지 곰팡이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로 뒤덥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인공 서로 밖에 없다. 


20141102235943_ggdjsfmf.jpg


실제 일상에서 우리는 불행해지더라도 물리적 공간과 색채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공드리 감독을 영원히 유지되는 물리적 현상들을 변화시키며 우리의 감정이 우리의 시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로에의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써버린 콜랭은 난생 처음 험난한 노동을 시작한다. 이 곳은 지하에 위치한 벙커(? 비닐하우스?)로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집은 이제 사람이 발 디딜 공간도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마치 20년대 흑백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이제 스크린에서는 어떠한 색상도 찾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점점 색을 잃고 남은 것은 클로에의 죽음 뿐이다. 

감각적 색채 표현, 초현실적 영상미, 신비로운 비주얼로 무장한 [무드 인디고]. 그저 스토리와 영상 자체로만 보았을 때는 난해하기 그지없지만 영화의 색감, 소품, 음악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실제로 변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현실. 나의 사랑은 지금 어떤 색을 띄고 있을까? 얼만큼 큰 공간에서 나는 살고 있는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글무아 댄스는 도대체 뭘까...? (가장 큰 의문이다) 

[하민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