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2) 열녀춘향 [연극, 두산아트센터]

글 입력 2015.03.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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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춘향 (10 Girls CHOONHYANG)


열녀2.jpg


열녀 춘향 
Ten Girls Choonhyang 

열녀(烈女)의 사전적 의미는 ‘절개를 굳게 지키는 여자’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춘향(春香)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회자되고 사랑받는, 
가장 이상적인 한국의 여성상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그토록 긴 세월에 걸쳐 변함없이 춘향이 사랑받아온 까닭이 과연 오직 그 때문일까? 

이제 본 공연은 열(烈)이라는 말을 열십(十)자로 바꾸어 본다. 
사실 열(烈)이라는 한자어에도 대략 열(十) 가지가 넘는 의미가 따라온다. 
맵다, 대단하다, 사납다, 굳세다, 강하다, 세차다, 빛나다, 불사르다, 아름답다, 밝다... 

그리고 이제 춘향은 지조와 절개의 열녀(烈女)가 아니라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열 가지 판타지를 전부 내포하여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한 명의 여자(ten girls, Choonhyang)인 까닭에 
사랑받고 기억되고 우러러진다. 

요컨대 그녀 안에는 남성의 욕망과 여성의 욕망이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욕망은 시선과 결합된다. 
춘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선적으로 여성을 탐하는 남성의 시선이되, 
그 시선을 체화하고 스스로를 살피는 여성의 시선으로 또한 상황은 확장된다. 
다시 말해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나 내가 아닌 ‘타자’의 시선이다. 
그리고 그 시선이 가장 아름답고 바람직한 열 가지 모습으로 나를 재단한다. 
그것은 수백, 수천 개의 기준들로 뻗어갈 수 있으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십(十)이라는 상징적 판타지의 완전수이다. 

그리하여 춘향 안에는 
모성성, 지성, 순결, 정절, 건강미, 내조력, 미모, 색기, 가학성, 강인함 등이 내포되어 있되, 
끝으로 그 모든 특성들을 관망하고 조정하는 춘향 자신의 시선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열 명의 춘향이 춤을 춘다. 
그 모든 시선들과 욕망들을 향하여 
향단아, 그넷줄을, 
내어 밀라고. 

[주제] 
내 작품의 영원한 주제는, 내가 어떻게 작품 속으로 흡수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메모 중에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물론, 전체 컨셉과 드라마 구조, 텍스트를 고려해 아주 독립적으로 짧고 변화도 급격하게 인과 관계없이 배치하고, 클라이맥스도 없고, 최대한 극적 긴장감 없이 연결해서 이 순간에 벌어지는 일로 보이게 최선을 다하는 것. 또 그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그 표현은 어디까지 가능한가이다. 혹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학습된 주제라는 게 필요하다면, 烈女門萬福來 ‘절개를 지키면 복이 온다’ 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갇힌 채 살아 온, 각기 다른 10명 여성의 역할을 혼자서 다 해낸 열혈여인에 대한 것이다. 

[text] 
연극에서 텍스트틀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연극인이 연극이라는 예술을 굳이 폐쇄적으로 축소시킬 필요가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는 새로운 공연 스타일에 적합한 새로운 텍스트의 형태를 찾는 것이다. 
본 텍스트의 경우는 전통적인 텍스트와 포스트모던 텍스트를 혼용한다. 
텍스트는 관객들을 위한 객관적인 기록인 동시에 
각 창작자의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관념의 기록이다. 
그래서 새로운 텍스트는 전통적인 연극에서 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유기적이다. 

[언어] 
텍스트를 위해서 사용된 축약되고 함축되고 과장되고 왜곡된 언어는 내 연극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수단의 하나다, 하지만 언어는 의미 구축과 더불어 이미지의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풋 고추전, 장치, 숨, 밧줄, 기둥, 음향, 돌발적인 소음, 밝은 조명.. 

[시간] 
그래서 텍스트나 공연에서의 모든 시간은 드라마의 시간이 아닌 현재이다. 
순간, 지금 이 순간! 현재 진행형의 시제가 절대적이다. 
텍스트에서 표현되는 모든 의식은 순간적인 현재 시제의 틀이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공연에서도 적용된다. 
배우들이 작업을 할 때 매 번 현재라는 통 속에서 모든 것을 행해야 한다. 

[캐릭터] 
당연히 캐릭터도 기존의 인물 개념과 다르게 된다. 
시간은 현재고 드라마의 연결도 없는데 전통적 개념의 캐릭터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제 나, 배우, 배역이란 정체성이 불분명해진다. 
현재라는 불확실한 의식의 시간 속에 무의식이라는 확실한 시간으로의 여행을 해야 하고 
불분명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분명한 비 의식을 다뤄야하며 
애매하고 불규칙한 형체를 지니고 존재하는 의식으로 적절하게 규칙적인 의식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 가장 특정한 개인이자 가장 불특정한 다수가 되는 것. 
이것이 본 작업에서 캐릭터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열녀춘향 (10 Girls CHOONHYANG)

일자 : 2015.03.06 ~ 2015.03.22 

일시 : 화,수,목,금 20시 / 토 15시, 18시 / 일 15시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 비지정석 30,000원

기획 : 두산아트센터, 극단성북동비둘기

제작 : 극단성북동비둘기

후원 : 두산





[김보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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