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분방함의 거리예술, 그래피티(Graffiti)[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2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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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래피티.png



길가다가 한번쯤은 봤을 이것. 
크기도 완성도도 제각각인 이것.
바로 ‘그래피티(Graffiti)'이다. 

그래피티란,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로
 'Spraycan art' 'Aerosol art'라고도 한다. 
유럽에서는 '거리의 예술(Street art)'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래피티는 이탈리아어로 ‘긁힌’(scratched)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그래피티의 특징을 나타내는 용어들을 한번 알아봤다. 

1. 버밍 :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그리는 그림. 이것 때문에 그라피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2. 스로업 : 휘갈기듯이 빠르게 쓴 면으로 된 그림 (빠른 시간 내에 그려 내다보니 직선보다는 곡선이 많이 쓰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하나의 장르처럼 정리된 것이 흔히 '버블'이라 불리는 것)
3. 뮤랄 : 벽에 그린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 그 자체를 뜻한다. 
4. 태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남기는 자신의 서명 또는 메세지

현대 그래피티는 1960년대 말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콘브레드(Cornbread)와 쿨 얼(Cool Earl)이라는 서명(tag)을 남긴 인물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뉴욕의 브롱크스 거리에서 낙서화가 범람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처음에는 반항적 청소년들과 흑인, 푸에르토리코인(人)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이 주도했다. 자신들의 인권 주장과 불만을 그래피티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은 분무 페인트(스프레이)를 이용해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 있고 도안화된 문자들을 거리의 벽에 그렸다. 


그래피티 그리는 방법 동영상


이것들은 즉흥적·충동적이며 장난스럽고 상상력이 넘쳤다. 젊은이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일탈로서 거리의 벽, 경기장, 테니스장, 지하철 전동차 등 가리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곳에 그림을 그렸다.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그래피티가 큰 사회문제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대받던 그래피티가 도시의 골칫거리에서 현대미술로 자리잡은 것은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ring)의 공이 컸다.

Jean-michel-basquiat.jpg

장-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1960~1988)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최초로 성공한 천재 그래피티 작가로 80년대의 제임스 딘 또는 검은 피카소라고 불린다. 바스키아는 정식 미술 수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단번에 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그는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어설퍼 보이는 그림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 표현하였다. 그의 그림은 마음의 정화, 실패한 종교, 엉터리 정치, 종교, 민족주의 등 사회에게 보내는 거침없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와 가난, 병합과 분리, 내적 경험과 외적 경험 등 이분법적인 대립개념에 중점을 두었다.


바스키아 작품.jpg

장 미셀 바스키아의 작품





키스 해링 인물사진.jpg

키스해링 (Keith Haring 1959~1990)

미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간결한 선과 강렬한 원색,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표현으로 낙서를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낙서를 통하여 뉴욕의 문화를 바꾸어놓은 예술가이다. 주로 에이즈 퇴치, 인종차별 반대, 핵전쟁에 대한 공포 등의 무거운 주제를 그만의 만화같은 선과 표현으로써 가벼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장-미셸 바스키아와 동시대의 아티스트로, 둘은 그래피티의 예술적 가치를 크게 높여놓은 인물들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가장 외설스러우면서 가장 성스러운 주제가 담겨져 있고, 선과 악, 거룩과 쾌락의 양극이 서로 맞닿아 공존한다. 인간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들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키스해링 작품.jpg
키스 해링의 작품





그래피티는 디제이와 엠씨, 비보잉과 함께 힙합의 4대 요소로 꼽힌다. 힙합 문화가 젊은이들의 불만과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비주류 문화였던 만큼, 그래피티 역시 음지의 사회적 문제들을 표출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래피티가 예술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불법으로 벽이나 공공장소에 그리고 도망치는 그래피티는 당당한 예술로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피티가 반달리즘, ‘다른 문화나 종교 예술 등에 대한 무지로 그것들을 파괴하는 행위’ 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이것도 예술이라고 말할 것이다. 반달리즘, 확실히 그래피티는 젊은이들 특유의 억압에 대한 반감, 과격함, 무례함이 녹아있다. 삐죽삐죽한 타이포그라피와 강렬한 선, 원색적인 색채의 사용, 그리고 아무곳에나 마구 그리는 천연덕스러움. 어떻게 보면 기존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문화예술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피티 이미지.jpg


하지만 그래피티는 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갖고 있다. 바로 ‘소통’이다. 그래피티가 그려지는 장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흔한 집 앞 담벼락, 지하철의 벽, 버스이다. 시작점부터 기존의 문화예술과는 다르다. 키스 해링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지하철 벽에 분필로 그래피티를 그렸다. 그림을 통해 지나가며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고, 결국 그의 그림은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키스해링 지하철 드로잉.jpg

키스 해링의 지하철 드로잉


그래피티는 소수자들, 젊은이들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파괴하는 것이 나쁜가? 기존의 것을 파괴한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것을 쌓을 초석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파괴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외침을 알리고, 문제를 환기시킨다. 정형성과 익숙함을 유지하려는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따끔한 일침이다.

물론 젊은이들 역시 그들의 열정을 변명으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공장소의 과도한 그래피티는 젊은이들의 특권을 남용하는 것이고, 그들에 대한 이해와 너그러움을 스스로 버리는 길이다. 합법적으로 그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최대한 모색하는 것이 예술인으로써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이런 우려에 대응하여, ‘이끼 그래피티’ 라는 새로운 형태의 그래피티도 등장했다고 한다. 바로 이끼로 그래피티를 그리는 것이다. 이끼를 섞은 물감을 벽에다 바르기만 하면 이끼가 자라면서 저절로 그래피티가 완성되는 형식이다. 


 
이끼 그래피티 동영상


수용자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어두운 골목에서 허가받지 않고 그렸다면, 최근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불하고 그래피티 작업을 문의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뮤비 화면이나 광고, 드라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미술관 벽에 그린 그래피티를 전시회로 여는 등 예술계에서도 아트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피티 전시회에 관한 뉴스


과거에 천대받았던 거리예술이 최근 각광받는 모습을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래피티에서 파생되어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는 작품들을 보면 마치 아티스트들의 열기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예술이다 아니다, 라는 논쟁은 문화예술의 향유와 확산을 방해한다. 영감과 예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입으로 매길 수 없다. 예술은 마음으로 보는 것.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을 감동적인 비주류 예술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그래피티 아트 [graffiti art] (두산백과)
그래피티 [Graffiti] (선샤인 논술사전, 2007.12.17, 인물과사상사)
반달리즘 [vandalism] (두산백과)

<네이버 캐스트>
테마로 보는 미술-키스 해링

<뉴스>
데일리안-도시 분위기 바꾸는 벽화, 그래피티를 찾아서
중앙일보-이끼로 벽에 그림을 그리다…친환경 '이끼 그래피티' 인기

<이미지, 동영상>
구글, 유튜브
http://www.wearetough.org/keith-haring.html
http://www.graffiticreator.net/
http://blog.naver.com/parkyl90/15017283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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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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