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아쥬 색소폰 퀸텟, 음악 속에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그들의 조화!

글 입력 2014.11.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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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알리아쥬 퀸텟을 만나고 왔습니다. 알리아쥬 퀸텟은 처음에는 물음표을 가득 안겨주었지만, 가면 갈수록 함께 즐길 수 있는 훈훈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구성이 물음표로 가득찬 것도 색소폰의 특성마냥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기존 1부의 프로그램 곡의 반 정도가 예정된 곡 대신 새로운 곡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로시니의 세르비아의 이발사가 첫 곡으로 연주되지 않아서 의아해했을 관객들에게 알리아쥬 퀸텟은 예상 밖에도 톡톡 튀는 로데오라는 곡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1부 초반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화 OST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왜 굳이 많이 연습하고 고민해서 짰던 프로그램을 바꾸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곡들로 시작하고 끝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느낌과 감동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아는 그 곡을 라이브로 듣는 감동으로 멈추고 말겠지만, 새롭지만 의미있는 곡들은 첫만남은 어색하지만 알리아쥬 퀸텟에게 처음 들은 '그 곡'으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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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 <피아노>의 OST가 그랬습니다. Fling, The Promise, Here to Here로 이어진  <피아노>의 OST는 비교적 잔잔하고 우울한 듯하면서도 멜로디가 퍼져나가면서 아슬아슬한 격한 느낌이 공존하는 곡들입니다. 영화 속의 피아노는 절망과 무기력한 상황에  빠져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버린 주인공에게 자기 자신이면서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는데, 어쩌면 알리아쥬 퀸텟이 영화 <피아노> OST를 고르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을 담고 설명할 수 있어서 심지어 말로 콕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것조차도 담아내는 것. 우리 인생 곳곳에 닥쳐오는 슬픔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기분좋은 일에는 기쁨을 더해주기도 하는 것. 오글토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모두 음악에 대해 많은 문학가와 음악가들이 남긴 이 말들이 알리아쥬 퀸텟의 공연에서 문득 떠올랐습니다.

 

 

1부의 마지막이었던 러시안 발레 수트는 <피아노> OST에서 느낀 진지함과 먹먹함을 뒤로 하고 색소폰만의 위트를, 알리아쥬 퀸텟의 하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즈 색소폰에서만 느끼함과 자유분방함이 넘치고 클래식 색소폰은 딱딱 틀에 갇혔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 다른 악기들이 클래식에서 절제있고 깔끔함을 보여준다면 클래식 색소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소폰입니다. 영화 속의 효과음을 내듯이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특히 '칼의 춤'에서는 알리아쥬 색소폰 퀸텟의 제스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악기를 굴리듯이 연주하는 소프라노 색소폰부터 덩치 큰 바리톤 색소폰까지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 절로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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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아쥬 퀸텟 공연 내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은 가장 저음이었던 바리톤 색소폰입니다. 바리톤 색소폰이 없었다면 신나게 멜로디를 연주하는 소프라노와 알토 색소폰, 중저음인 테너 색소폰의 뒷받침으로도 부족한 2%가 내심 아쉬웠을 것입니다. 바리톤은 워낙 낮은 음역대이고 다른 색소폰에 비해서 연주할 때 뇌가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이고 무거운 악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악기를 드는 모습이며 편안해보이는 연주에 놀랍기도 했습니다. 바리톤은 상대적으로 멜로디보다는 다른 파트의 악기들이 듣고 연주할 수 있도록 리듬과 박자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리아쥬 퀸텟에서는 바리톤의 솔로도 있었지만 큰 규모의 합주에서든 바리톤은 다른 악기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가 돋보이기는 힘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게 바리톤 색소폰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그 특유의 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은 남다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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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아쉬움마저도 고려했다는 듯이, 2부에서는 알리아쥬 퀸텟은 흥미롭게도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과 겨울을 각각의 파트가 실력 배틀 형식으로 연주했습니다. 알토 색소폰이 서두를 열고, 소프라노와 바리톤 색소폰이 한번, 테너 색소폰의 마무리까지.조화를 추구하면서도 각자의 소리의 소중함을 그들 스스로에게도 관객에게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숨어있던 알토색소폰의 힘찬 소리며 테너색소폰의 부드러운 소리 , 바리톤의 낮고 담백한 솔로와 소프라노의 청량한 소리도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들려주는 곱씹어보아야 할 중요한 한 마디,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알리아쥬 퀸텟의 음악 역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피아노와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네 사람이 각자 다른 음역대의 색소폰을 불고 있지만 그 소리들이 하나의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음역대가 높은 소프라노 색소폰과 음역대가 가장 낮은 바리톤은 특성상 잘 들리긴 하지만, 알토와 테너 색소폰은 가끔 일심동체처럼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는 점! 서로 눈빛을 마주하면서 연주를 시작하고 포인트마다 함께 강조하는 모습에서 알리아쥬의 뜻인 조화가 그들의 음악에도 녹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함께 한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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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소리의 중요함과 함께 하는 소리의 사이마저도 여유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보는 사람마저 편안하고 즐거운 알리아쥬 색소폰 퀸텟!


알리아쥬 색소폰 퀸텟의 공연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의 의미를, 인간관계과 사회생활처럼 스스로 돋보이는 소리와 나를 통해 모두를 돋보이게 하는 소리, 격식은 차리고 있지만 진지함과 위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세 가지 조화를, 그 음악 속에 담긴 사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를 넘어서 생각하고 되새겨보길 원한다면 알리아쥬 색소폰 퀸텟을 꼭 만나보세요!

 


- 이 리뷰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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