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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생각보다 소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쓸 수 있는 것이 있고 쓸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후자에 속하는 장르인 거 같아서 더 동경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소설 중에도 특히 국내 소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나도 아직 젊은 이에 속해서 그런진 몰라도 응원하고 싶기도 하고 괜히 나도 읽으면 그들처럼 될까 싶은 마음도 은근히 있는 거 같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머릿속에서 나오는 거지?” 하면서 경이로운 마음과 멈출 수 없는 스토리에 매번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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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감히 출판사를 가리는 편이다. 특정 출판사의 편집이 잘 맞는 거 같다는 둥, 이 출판사는 표지가 이뻐서 읽고 싶어진다는 둥, 괜한 핑계들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내 손과 내 눈이 향하는 곳은 늘 위즈덤하우스의 위픽시리즈이다.

 

그중에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함윤이의 신간 《소도둑 성장기》를 선택했다. 「천사들(가제)」를 읽고 작가의 팬이 되어 이번에도 헐거운 의심으로 골랐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내용은 찾아보지 않고 그 시기 끌리는 것을 고르는 거 같다. 요즘엔 에세이와 같은 자기 이야기, 현실 이야기하는 거보다 내 세상 저 너머의 이야기가 필요했나 보다.

 

소도둑 성장기는 도둑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나’는 어떤 결핍이 있어서 도둑질을 하는지 처음부터 궁금해진다. 읽을 땐 괜히 나랑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사니까.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에 대입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 같다.

 

 

무언가를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그런 만큼 진정으로 자유로웠다. (p.22)

 

 

이 문장을 보면 어딘가 외로움이 느껴진다. 나의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만 아는 비밀 다들 하나씩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 날 것의 모습이 여기서는 도둑질에 비유된 것뿐이다. 그래서 안심된다.

 

주인공은 신에게 받은 재능이라곤 훔치는 것뿐인 자신과 반대인 성준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그는 재능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태어난 사람이었다. 성준은 주인공의 도둑질을 막으려고 애쓴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성준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둑질이 잘했다고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나, 누구에게는 그게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묘사되는 것을 보니 굳이 말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펑펑 우는 주인공을 보고 내심 안쓰러웠다. 그녀가 훔친 것들이 모두 결핍의 일부라는 것을, 멈추지 않는 눈물은 그 결핍을 마주한 주인공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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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시리즈를 좋아하는 데에는 책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말과 짧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어서도 있다. 나는 사실 작가의 의도를 캐물어 가면서까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다. 작가를 힘들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독자로서 궁금한 건 사실이다. 어떤 마음으로 쓴 건지, 작가의 은밀한 내면을 알 수 있는 이 인터뷰가 소중하다. 《소도둑 성장기》의 작가의 말에는 작가의 비밀이담겨있다. 비밀을 알고나니 더 친밀해진 기분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힘이다. 작가와 주인공과 내가 하나가 되는 이 느낌. 동시에 위로도 받는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나에게는 채울 수록 공허해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게 무엇이 됐건 성장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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