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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이트의 인기 탑100을 더 이상 듣지 않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은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확히 하자면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고 과거에 듣던 곡만 계속 들으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는 뜻이다.
처음 이 문장을 본 순간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절대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 반과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하지 하는 생각 반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지금에 이르게 된 어느 순간, 내가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찾아온 감정은 놀라움 이었다. 한 때 음악에 푹 빠져있을 때는 정말 ‘열심히’ 들었기 때문이다. 온갖 음악 블로그를 구석구석 뒤지고, 해외 음악 평론 사이트는 늘 즐겨찾기 상단에 고정되어 있었다.
주로 해외 음악을 들었기에 마음에 드는 음반은 모든 가사를 다 찾아보고(그것이 랩일지라도), 이 달의 신보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음반을 하나하나 듣기도 했다. 좋은 음반은 꼭 수록곡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서 들어야 한다는 신념에 CD음반을 구매하여 듣기도 했다. 의식적으로라도 곡을 편식하지 않기 위해 정말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음악을 즐겼던 것 같다. 클래식 명반부터 빌보드 차트의 팝 음반까지, 그땐 그게 왜이리 재미있었는지 참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요즘의 난 예전과 같은 열정은 고사하고 이미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어 있는 음악들만 무한 반복 중이다. 물론 이미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노래가 아주 많은 편이긴 하지만,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다.
심지어 요즘의 나는 거기서 한 층 더 나아갔다. 플레이리스트 랜덤재생을 통해 여러 가수나 장르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가수 한 명의 앨범 전집을 추가해서 해당 아티스트의 노래만 듣는 일이 많아졌다. 집에서 BGM을 틀던 지하철을 타고가며 음악을 듣던 그 가수의 노래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왜 나는 과거의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으로 변한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과거의 음악만 찾아 듣고 반복하는 사람은 그 노래가 좋아서가 아닌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이 그리운 것이라고 말이다. 푸릇하던 시절 나의 갖가지 희로애락을 뒷받침 해주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은 저절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음악의 스타일도 꽤 명확 하기에 새로운 느낌의 음악에 적응하기보단 이미 귀에 익숙한 과거의 스타일에 손이 자꾸 가는 것도 한몫 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이유가 딱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매번 돌려 듣는 아티스트가 딱히 나의 추억과 관련이 있지도 않고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나에게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였다. 에너지라니, 음악이 뛰어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말일까?
사람은 비단 몸을 써야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면 금방 배가 고파지듯이 뇌를 쓰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리고 매번 같은 음악만 듣는 이유도 이러한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열렬히 좋아했던 과거 때문인지, 습관 때문인지, 음악을 마냥 편하게 듣는 것이 때로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마음에 들면 해당 아티스트에 대해 꼭 찾아보게 되고, 해외 음악의 경우 가사의 내용도 검색해서 읽거나 때로는 해외 사이트에서 해석을 찾게 되었다.
이전엔 마냥 즐거워서 이어갈 수 있던 행위가 이젠 늘 부족한 에너지의 일부를 쥐어짜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음악을 마주하는 것을 피했던 것이 아닐까. 이미 어느정도 파악이 된 아티스트의 내용까지 다 아는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더 이상 뇌를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이상 에너지를 쏟지 않는 삶만큼 내가 피하고 싶은 일은 없다. 물론 여전히 좋아하고 즐기는 수 많은 취미들이 남아있고, 관심사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딘지 씁쓸한 느낌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몫이겠지 생각하며, 오늘은 괜히 유튜브를 떠돌며 새로운 노래를 이 곡 저 곡 틀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