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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대학을 다니면서 유일하게 들어본 미술 교양은 1학년 1학기 ‘서양 미술의 이해’였다. 유럽 배낭여행 및 서양권 국가 미술관에 대한 막연한 선망 때문이었다. 정작 서양의 미술관은 방문하지 못한 채 현시점에 이르렀으나, 서울 내의 국립 미술관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방문을 거듭할 수록 미술 작품 및 해당 작품을 만든 작가의 세계관이 궁금할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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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작가의 생애 소개 및 인터뷰를 수록해 작가와 작품 모두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는 책이었다. 1900년대 한국을 거쳐온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2000년대에 이르러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깊이 있는 정보 및 묘사를 통해 설명한다.

 

우진영 작가의 필체에서는 섬세한 관찰과 사색, 작품과 작가에 대한 애정의 남다른 깊이감이 묻어난다. 책 내 첨부되지 않은 작품 설명 또한 실감나고 감각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직접 찾아 나서도록 하는 적극적인 독서 경험을 촉구한다.


근대 작가의 경우 상세한 생애 묘사를 읽은 후, 작품 내 작가의 감정 및 사상을 추측하며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책을 집필한 우진영 미술 칼럼니스트의 감각적인 문장 묘사는 작품 해석의 깊이를 더한다. 글을 읽다 보면 도슨트가 내 옆에 앉아 작품 소개를 직접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 현대 작가들의 인터뷰를 추가해 만들어졌다는 점, 근현대 걸작을 포함한 100여 개의 도판이 풍성히 수록된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칼럼을 읽은 후 바로 다음 페이지에 수록된 현대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 및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성이다. 인터뷰를 읽은 후 앞의 페이지로 돌아가 작품 및 글을 다시 감상할 때, 새로운 시야가 더해진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1부에서 5부 목차로 구성된다. 한반도 땅을 발판 삼았으나, 근대와 현대라는 시대적 차별성을 지닌 두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맞물리는 교차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경성에서 서울까지’라는 부제에 걸맞게 풍경화로 시작된 미술 여행은 도시, 체제, 계절을 넘어선 삶 속 인간의 공통적 욕망, 사랑과 우정 연대에 이르는 본연적 가치까지 다다른다. 앞의 내용이 점차 쌓여가며 인간의 깊고 내밀한 영역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촘촘한 큐레이팅이다. 책 한 권을 통해 총 47인의 근현대의 예술가와 속 깊이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3부 ‘계절을 통과하는 감각’ 속 이성자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성자의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의 작품 해설에서, 우진영 작가는 해당 장소가 이성자가 머물렀던 몽파르나스 보지라르 98번지 지붕 밑 세 평 남짓의 다락방에서 내려다본 거리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이자 관객으로 하여금 해당 작품의 서사를 깊이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작가의 일생과 작품이 긴밀하게 이어지는 우진영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미술 작품 감상에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작가와 작품 모두의 매력을 돋보일 수 있도록, 두 가지 모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며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해설을 전개한다.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는 인간의 이야기를 시각적 압축으로 담아낸 것이 미술 작품임을 깨닫게 한다. 세상을 떠난 작가의 생애와 작품은 현시점의 관객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공간 내에서의 시간을 공유한 작가의 작품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분명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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