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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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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다.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찬 공기가 스밀 때, 문득 귓가에 그날의 소리가 스쳤다. 망원동에 살고 있던 나는 밤중에 드릴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들려왔다. 멀뚱멀뚱 구름 낀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알았다. 형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헬기 소리였다.

 

 

 

분열을 기록하는 자들


 

분열과 분노. 애석하게도 작년 겨울, 우리와 가장 친밀했던 단어들이다. 2024년 12월의 겨울, 대한민국이 겪었던 충격과 혼란은 지금도 회복 중에 있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단순히 미국 내전의 판타지적 이야기가 아니다. 편가르기와 폭력의 구조가 얼마나 쉽게 인간성을 붕괴시키는지를 탐구한다. 마치 영화 속 세계와 평행하게 놓여 있던, 아니 놓일 뻔했던 바로 '그날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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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 영화는 베테랑 종군 기자 '리'의 로드무비이자 신참 기자 '제시'의 성장물이다. 국가가 내부에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종군 기자의 시선을 통해 따라간다.

 

리는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익숙하지만, 신참 기자인 제시에게 이 모든 경험은 낯설고 두렵다. 폭력과 혼란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리와 제시, 그리고 오랜 동료 '조엘'과 멘토 '새미'는 함께 백악관으로 향한다. 그 길 위에서 마주한 잔혹한 현실과 전쟁의 실체는 적의와 배척, 폭력과 살생을 만들어내며, 등장인물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내전의 순간을 포착해 뜨거운 증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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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일상이 되는 순간


 

영화는 관객을 폭력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지만, 잔혹함을 불필요하게 과장하지 않는다. 주유소에서 기자 일행이 목격한 장면은 처절한 비명 없이도 충분히 잔인하다. 사진을 찍겠다는 기자의 말에 무덤덤하게 포즈를 취하는 가해자의 태도는 환경적인 인간성의 부재를 드러내며, 폭력이 일상이 된 사회의 민낯을 상징한다. 카메라는 이 순간을 차갑게 관조하며 관객에게 서늘한 불안을 안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군인들이 출신지를 묻고, 그에 따라 시민군을 학살하는 시퀀스는 "진정한 미국"이라는 군인의 대사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카메라는 이 참혹한 폭력을 나른한 햇빛 아래 드러내며 분열과 배척의 현실을 숨김 없이 강조한다. 같은 땅에 살면서도 서로를 적대적으로 여기는 모습은 오늘날의 사회적 분열과 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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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이 만든 고요


 

그러나 영화는 폭력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지나치는 한 마을의 평온한 일상은 전쟁과는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그 지나치게 고요한 풍경은 오히려 이질감을 만든다. 생존을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은 불가피한 선택이면서도, 동시에 도덕적 고뇌와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생존과 외면의 경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 과정에서 제시는 전쟁을 기록하는 카메라의 무게를 조금씩 깨닫는다. 찰나를 잡아내는 그녀의 뜨거운 시선은 동료 기자들과 관객들의 마음에도 불을 피운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폭력과 분열의 상흔을 관객에게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이 서서히 현상되며 이미지가 드러나듯, 영화는 관객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질문을 현상한다. 각자의 질문을 고민하며, 영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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