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요즘 들어 관계에서 애매함을 견디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분명 나를 좋게 봐주는 것 같은데 그만큼 다가오지는 않는 사람들. 말은 따뜻하지만, 행동은 신중한 사람들. (또는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말은 신중하지만, 행동은 따뜻한 사람들.) 어떤 날은 나를 향해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날이 있지만, 또 어떤 날엔 갑자기 거리를 두는 사람들.


관계는 언제나 확신을 원하는 쪽과 모호함을 유지하려는 쪽 사이에서 흔들리고, 나는 그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휘청인다.

 

 

 

애매함은 예민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나는 예민한 편이다. 감정의 미세한 변화에도 크게 반응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 한 문장, 카톡 한 줄, 이모티콘 하나에도 의미를 기울인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말했을까?”

 

“내가 너무 갑자기 친근하게 대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관계를 깊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피곤할 정도로 너무 깊이 파고들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확실함’을 원하게 된다. 확실히 호의적이거나, 확실히 호의적이지 않거나. 0 아니면 100.


하지만 사람 마음을 맞다, 아니다 두 가지로 구분하는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는 사실 애매한 상태로 유지된다.


 

생각해 보면 어떤 관계가 완전히 확실해지는 순간은 정말 드물다. 우린 대부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지만 막 그렇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고, 그렇기에 ‘굳이 인생에 두고 쭉 함께할만한 사람’으로 남겨지기 어렵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던 사람도,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해놓고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도, 모두 이 애매한 스펙트럼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 애매함이 잘못된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애매함은 관계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고, 그것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지.jpg

 

 

 

애매함을 견딜 수 있게 된 순간들


 

예전의 나는 이 모든 애매함이 너무 불편했다. 확실한 관계만을 원했고, 애매한 관계는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전한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몇몇 지인들과는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만났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깨달았다. 사람의 마음은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내 마음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매번 단단하길 기대하는 건 오만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보려고 한다. 애매함 속에서도 좋은 감정이 잠시 머물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진짜였으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음을 의식하는 것이다.


애매함은 불확실함이 아니라 관계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려 한다. 물 흐르듯 두다 보면 마음도 상황도 계속 변할 것이다. 그 변화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관계가 조금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확실함 대신 ‘나의 기준’을 두는 법


 

애매한 관계를 견디려면 결국 기준을 상대에게 두지 말고, 나에게 두어야 한다. 내가 불편한 선은 어디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내가 기대를 거둘 수 있는 순간은 언제인지.


나의 관계를 정의하는 건 나다. 타인의 태도와 애매함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머물지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애매함은 더 이상 회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다가오고, 누군가는 천천히 시간을 들인다. 애매한 관계는 더 이상 혼란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그렇기에 복잡하지만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감정의 한 형태인 듯하다.

 

 

 

김지현.jpg

 

 

김지현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느릿느릿 굴러갑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