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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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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어린이와 어른을 응원한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꿈을 꾸지 못하는 사람도 꿈을 잘 꾸는 사람도 모두. 앞으로 내게는 햇수로 따지면 어린이보다 어른에 가까워지는 나이만이 기다리고 있다. 더이상 어린이라고 할 수 없어 어른이라고 칭하는 이 세계에 살면서, 다채로운 사람을 마주하고 내 세상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는 사람도 많이 맞닥뜨린다. 같은 세계에 똑같은 인간이라는 형태를 하고 살아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세상에는 내 생각 체계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매일 매일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모두에게 나와 같은 유년이 있었다는 것.


능력도 좋고 멋있어서 존경하는 누군가도 미숙한 어린이였을 때가 있고 전혀 이해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개인주의 누군가도 순진한 어린이였을 때가 있을 것이다. 가까이는 엄마 아빠만 해도 처음부터 내 부모님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테니, 어린이인 시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다.


어린이인 내 모습은 어땠나. 스스로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 외적인 것부터 내적인 것까지 변화가 급속도로 느껴질 것도 같다. 기사 주제는 ‘좋은 직업’에 관한 것인데, 줄곧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게 직업이라는 건 어린이라는 키워드가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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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직업 노트’를 꾸준히 썼던 때가 있다. 아빠와 나 사이의 약속 같은 숙제였는데, 하루에 하나씩 관심 있는 직업을 조사해서 노트에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노트는 수 번의 방 정리 속에서도 버려지지 않고 용케 남아있어서 생각난 김에 펼쳐 보았는데, 작은 손으로 연필로 쥐고 사인펜으로 꾸미던 그 촉감이 펼친 손가락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꽤 성실하게 페이지를 채웠던 지라 족히 30개의 직업군은 되었다. 첫 번째 직업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에 유행하던 직업군들, 가수나 연예인, 요리사, 피디와 같은 것들도 줄지어 적혀있었다. 지금 봐도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놔서 몇몇은 참고해도 좋을 정도였다.


아마 그때도 아빠의 마음과 같았으리라 싶다. 아빠가 자식이 꿈꾸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던 것처럼 내게도 꿈은 중요했고 꿈이 없는 상태가 싫었다. 당시 내 생각에 꿈은 곧 직업이었으므로 여러 개를 꿀 순 없었다. 집중해서 하나의 꿈을 꼭 이뤄내고 싶었던, 꿈이 많은 게 고민이었던 내가 해야 할 일은 꿈을 –직업을- 정하는 것이었다.


어린 게 최고의 무기였던 나에게 어린이 시절은 무엇이든 꿈꾸기에 완벽한 시기였다. 그게 특권으로 느껴졌고 그러니 좋은 꿈을 꿀 수 있었다.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내게 좋은 꿈이라는 건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지의 여부만 따지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고려하는 건 좋은 꿈보다는 차선의 꿈일 것 같았고 그런 꿈을 가지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좋은 꿈을 꾸기에 충분히 어린 나이였고, 좋은 꿈을 이루고 싶은 욕심을 갖기에 넘치게 넉넉한 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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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면서 매 년 꿈은 바뀌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많은 꿈이 오고 가면서 줄곧 콩팥 언저리쯤에 존재감 있게 자리하던 ‘에디터’라는 꿈을 떨쳐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인 줄 몰랐는데, 직업 노트에 ‘잡지 에디터’로 이미 적어놨던 걸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발견했다. 내게 이 꿈은 유구한 전통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제부터 꿔왔던지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내일 이 꿈이 바뀔 수도 있다. 언젠가 글이 쓰고 싶지 않아질 수 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나는 뭐든 빨리 질리는 편이니 그럴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어렸을 적부터 확고한 꿈을 가졌던 나도 확신하지 못할 만큼 꿈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꿈이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해서 낙심할 것 없다. 그 근거는 세상을 조금만 둘러봐도 찾을 수 있는지라, 통상 들리는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말은 그저 위로에만 그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면서 늘 꿈을 꾸고 사는 사람도 있고 투잡으로라도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있다. 즉, 직업이 본인의 꿈을 표현하는 단 한 가지의 수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보다 ‘n잡러’가 훨씬 많이 쓰이는 이 시대에서 꿈이 없어서 고민인 건 당도한 젊음이 아까운 고민이다.


나만 해도 내 성향을 생각해보면 오래도록 ‘에디터’라는 직업을 꿈꿔왔지만 꿈꾸는 동시에 놓지 못한 두려움이 있다. 에디터로서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옆에 달라붙어 있는 건 ‘언젠가 이 꿈을 내려놓고 싶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은 에디터로서 글을 쓰는 게 좋지만 ‘오늘 점심에 라면 먹으면 질려서 일주일 동안 못 먹는 나’, ‘하기 싫은 건 표정에서부터 숨길 수 없는 나’, ‘좋아하지 않으면 노력으로도 애정을 쏟지 못하는 나’의 면면이 혹 이 꿈에 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울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일이 질릴까 봐’, ‘하기 싫어질까 봐’, ‘좋아하지 않아서 애정을 쏟지 못할까 봐’의 마음을 짐처럼 맨 채, 늘 나 자신을 시험하듯이 글을 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나는 여전히 글이 쓰고 싶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갈 진 모르지만 언젠가는 글로써 세상에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좋아함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에디터라는 직업을 꿈꾸기에 이르렀다. 다른 의미도 마저 꺼내두자면, 경험이 곧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에디터라는 직업은 평생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줄 것 같다. 그럼 어떤 시기에도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차츰차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충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직업을 선택했고 꿈꾸고 있다. 앞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보충되고 생략되면서 꿈이 변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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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업이라는 말,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직업’이랄 게 따로 있나 싶어서.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좋은 직업은 ‘사’자 들어간 직업이라는 게 질리도록 나와서 혹시나 어린이들이 그런 걸 좋은 직업으로 생각할까 봐서. ‘좋은 직업’이라는 말 자체가 만들어 낼 희망의 꺾임과 불필요한 고민이 뒤이어 상상되는 게 불편하다. 그럼에도 좋은 직업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고 싶던 말이 있다. ‘좋은 직업’은 ‘어떤 선택을 해도 나만은 후회하지 않을 꿈’이다. 꿈꾸는 데에 정해진 횟수가 없듯이 직업을 꾸려감에 있어서도 정해진 건 없다. 걸림돌이라곤 오직 본인의 역량만일 것이다. 하지만 좋은 꿈을 꾸려면 응당 고난과 시련은 아이템처럼 장착하고 가야 하는 법. 단단하게 자라날 거름이 되는 스폐셜 아이템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이렇다 할 직업을 갖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로 먹고 살려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꿈만큼은 자유롭게 꾸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며 사는 정도의 타협은 어떤가. 어쨌든 직업이라는 거 어른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 감당하는 거고 아무도 대신 가져주지 않으니까.

 

터무니없는 꿈도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자주 상기하면서 가끔 그 아이를 위한 꿈도 고려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린이인 나와 어른이 내가 힘을 합치면, 그 시너지의 끝에는 좋은 꿈과 직업이라는 결과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알고도 어찌할 바 몰라 움츠려있을 세상 모든 어린이와 어른들을 응원한다. 꿈과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마저도 온전한 당신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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