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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도 능력'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성과와 속도가 전부인 시대에서 쉼은 일종의 사치처럼 여겨진다.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고, 증명해야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갈망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바로 그 갈증에 닿아 있는 책이다. 삶의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은 한 사람이 아주 조용한 공간으로 들어가, 자신을 다시 발견해 가는 여정.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켜보는 삶', '서 있는 삶'이 얼마나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모두가 선망하는 잡지사 <뉴요커>에서 일했다. 그러나 형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의 모든 궤도를 이탈한다. 더는 무엇을 이루고 쌓을 필요 없는 삶,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한 자리에 서고 싶었던 그는 세계적인 미술관, 메트로폴리탄에 경비원으로 들어간다.

 

그의 하루는 단순하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정리하고, 질문에 짧게 답하며,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이 그의 삶을 조금씩 회복시킨다. 처음에는 피하고 싶어서 도망친 공간이었지만, 곧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묘한 안정과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 바라보는 일, 조용히 지켜보는 일,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일. 그가 진짜로 마주한 것은 예술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해석도 분석도 아닌, 오롯이 감각의 언어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배워간다. 색채의 변화, 선의 결, 인물의 표정이나 질감에서 삶의 조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렇게 상실과 마주하고, 무너졌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되짚는다. 의욕이 흐릿해진 그에게 예술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지금 거기 있어도 괜찮아." 그 말에 기대어 그는 시간을 죽이지 않고, 그 시간을 살아낸다.

 

우리는 종종 삶을 그림처럼 살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인다. 성공적으로, 아름답게, 완벽한 형태로. 그러나 진짜 위대한 그림은 수많은 흔들림과 고뇌, 멈춤과 비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 '비움의 시간'이 품을 수 있는 의미에 대해 말한다.

 

메트로폴리탄의 '푸른 근무복' 속에는 각자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있다 경비원이라는 같은 옷을 입었지만, 그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그런 서로 다른 삶이 모여 미술관의 하루를 완성해 간다. 나는 그 모습이 이 책의 진짜 얼굴 같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어디쯤에선가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

 

이 책의 진가는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피로와 무력감, 상실을 조용히 비추는 데 있다. 어쩌면 브링리는 우리 모두의 대변자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삶의 방향을 놓여버린 사람들, 관계 속에서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 끊임없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잠깐 비켜나 쉬어도 괜찮다"고. 삶을 잠시 멈춘다고 해서 무가치한 것이 아니며, 예술처럼 어떤 시간은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되는 것이라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슬픈 삶을 받아들일 수 없는 순간을 예술은 기록하려 한다". 그것이 그림이든 조각이든, 혹은 조용히 서 있는 어떤 시간이든, 우리는 무력함 속에서도 무언가를 남기려 한다. 그 무력함조차 담담히 버텨낸 시간이 진짜 예술이 되는지도 모른다.

 

삶이 그림을 닮아야 할까, 그림이 삶을 닮아야 할까. 그 어느 쪽도 완벽한 답은 없지만, 이 책은 둘 사이의 여백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오래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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