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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결코 ‘진짜’ 다정함과 ‘가짜’ 다정함을 구분 지으려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저 지하철 이용 시에도 다정함을 지켜내는 배려를 지닌 사람에게 감탄의 박수를 전하고 싶은 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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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지하철을 7일 타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부터 내게 대중교통은 타기 전부터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버스는 상황이 더 낫다. 노래를 듣든 책을 읽든 눈을 돌리면 바깥 풍경이 보였고 답답하면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쐴 수 있으니 가능하면 버스를 타는 것을 선호한다. 버스는 매일 같은 풍경을 보아도 색다른 여행길에 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환승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괜찮다. 한곳에 정착해 있으면 되니까 사람과 불쾌감이 생길 일도 적다. 문제는 환승이 필요한 지하철에서 일어난다.

 

 

 

<지하철 환승으로 40분 vs 버스 타고 1시간 30분>


 

지금 당장 집으로 순간이동 하고픈 정도의 피로감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무조건 후자를 택한다. 시간이 촉박한 약속이 아니라면 1시간 30분을 계산해서라도 일찍 나와 버스를 탄다. 그 정도로 지하철 환승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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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 중 하나는 하차 시에 바로 출구로 갈 수 없다는 것. 하차한 후에는 환승 호선까지 재빨리 발길을 옮긴다. 환승 시에는 발에 불티나게 종종걸음을 하며 지나치는 옆 사람들 때문에 괜히 서두르는 발걸음과 오는 열차를 놓칠까 봐 급박한 마음도 불편하다. 하차와 동시에 일제히 발걸음을 맞추는 행인들과 펼쳐지는 암묵적인 기싸움도 별로다. 나도 차가운 무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 중 일부겠지만, 다들 본인의 시간이 제일 중요해서 고요하고 무질서하게 질주한다. 옆 사람이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인 양 신속하고 기계적으로 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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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이유는 당연한 말이라 어이없을 수도 있겠지만 ‘지하’라는 공간 때문이다. 시간을 절약해 편리한 이동을 위해 고안한 게 지하에 길을 뚫은 지하철이지만 나는 ‘지하’라는 그 답답한 회색빛 공간이 달갑지 않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달릴 때 바깥 풍경이 나오지만, 그마저도 쏜살같이 지나가니 더욱 아쉽기만 하다. 추가로 승강장 대기 라인에서 볼 수 있는 게 건너편에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건 안타까움을 두 배로 만든다. 환승을 하면 대기를 2번 이상은 해야하니 환승을 미워하기에는 충분하다.

 

 


최대이자 최소의 다정함


 

환승을 차치하고 봤을 때도 지하철 자체가 다른 대중교통보다 따뜻함이 덜한 것 같다. 대중교통에서 따뜻함을 찾는 것 자체가 허황된 생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 모여있는 곳에는 온기가 피기 마련이니까 기대를 버릴 순 없다. 다만 지하철은 그 온도가 미적지근하거나 차가운 것에 가깝다. 사람이 많으면 따뜻할 수 있지만 동시에 뜨거울 수 있다. 뜨거우면 불쾌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승차하는 사람들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올라타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을 것이므로 이미 피곤한 사람들끼리 배려할 수 있는 최대의 다정함은 ‘피해라도 주지 않기!’ 정도일 것이다. 나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불필요한 불편함을 가지는 사람은 줄어든다.


지하철 이용 시, 모두가 웃음꽃을 피워내는 대단한 인류애적 혁명을 이뤄낼 수 없다고 결론 지은 나는 최소화된 방법인 ‘피해라도 주지 않기’를 택했다. 그리고 기본적인 것들을 지켰다. 임산부석 비워두기, 노약자분께 자리 양보하기, 수다스럽지 않게 대화하기, 자리 넓게 쓰지 않기, 휴대폰 하지 않을 때 사람 구경 않기, 사람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상황이 펼쳐지면 읽던 책은 바로 가방에 넣기 등.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본인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아니기도 하다. 그리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편함은 그런 기본을 내재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발생한다.

 

 

 

조는 건 죄가 아니지만,


 

기본이 최대의 배려로 느껴지는 지하철 속에서 마음이 데워지는 따뜻함을 발견할 때도 있다. 내가 느낀 배려는 쏟아지는 잠으로 눈이 저절로 감기고 머리를 주체할 수 없을 때 만난 옆자리 분으로부터다.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자주 조는 학생도 아니었을뿐더러 대중교통처럼 낯선 사람이 가득하고 아무도 나를 깨워주지 않는 곳에서 잠을 잔다거나 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애초에 존다는 것 자체가 뭔가 싶었다. 자면 자는거지, 꾸벅꾸벅 졸 수가 있다고? 그런 건 드라마나 애니에서나 인물의 피로감을 표현하고 싶을 때 쓰는 수법아닌가?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 수법을 일주일에도 몇 번씩 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몸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정신 차려보니 졸았음을 깨닫는 식이다. 밤마다 할 일이 있어서 늦게 자고 아침 일정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던 날의 연속인 시절이 있었다. 그때 처음 지하철에서 졸아보았다. 조는 와중에도 옆 사람에게 기대고 있음을 알았지만 안다고 내 몸을 가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조는 건 옆 사람에게 피해야.’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머리는 자꾸만 오른쪽으로 쏠렸고 급기야 몸까지 쏠려서 내 화들짝에 내가 놀라서 깨는 경우였다. 하지만 조는 와중에도, 일어나서도 느낀 것은 옆 사람이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내 옆에 조는 사람이 앉으면 몸이 닿는 느낌이 불쾌해서 은근하고 확실하게 밀어냈었다. 일부로 깨어나라는 신호를 주며 불쾌함을 표현하기 급했다. 그런데 내가 졸았던 그 순간에 옆 사람은 불편한 기색을 티 낸다거나 찡그린 표정을 짓는다거나 그러지 않으셨다. 그 공간이 지하철인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아마 그 분은 천사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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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 덕분에 이후로는 지하철에서 조는 사람을 만나면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이 사람만의 사정이 있겠지’, ‘얼마나 피곤했으면 지하철에서 졸까’, ‘푹 자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견뎌보자.’ 정도로 조금의 배려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계속 그랬으면 좋았을 걸, 오랜만에 이 생각을 꺼내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여느 때와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철을 타다 보니 나의 얼굴이 다시 무채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누가 조금만 불편하게 해도 기분이 단숨에 나빠졌다. 그 와중에 옆자리에 제 몸만한 악기를 들고 앉은 학생은 자리를 크게 차지하곤 졸기 시작했다. 몸은 내 쪽으로 쏠렸고 살이 닿았다. 자연스럽게 기분이 나빠졌고 나는 불편함을 티 내기 시작했다. 아주 피곤했는지 깨지도 않는 그 친구에게 삽시간에 괘씸함을 느꼈다. 그때까지는 얼굴을 잘 보지 못했는데 그 친구가 깨어나서 주섬주섬 일어났을 때 나는 곧바로 후회했다. 이렇게 앳된 친구였구나. 큰 악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발길을 옮기는 그 친구에게는 방금 몇 분 졸았던 것이 단잠일 수 있겠구나. 혹시 몇 년 전 내 모습도 이 친구와 비슷했을까? 그래서 그때 내 옆자리 분은 묵묵히 어깨를 내어주셨던 걸까, 마음은 복잡해졌고 내 차가움과 그때 내 옆자리 분의 따뜻함을 대조했다.

 

매일 똑같은 지하철을 타도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난다. 같은 동네에 살며 저마다의 똑같은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도 매일 타는 지하철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새에 그렇게 많은 개인을 스쳐 지나간다. 세상에 사람은 가늠할 수 없이 꽉 차 있고 다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지하철을 탄다. 치열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로 점철된 지하철 속에서 따뜻한 배려를 몸소 실천하기란 다짐해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 나는 피해 주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나아가 딱 한 가지만 더 해보려 노력한다. 내 어깨를 아까워하지 않는 일. 받은 따뜻함을 잊지 않도록 호호 불어가면서 한 번 더 각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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