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흔히 현재와 미래의 도시로 자주 이야기된다. 끊임없는 재개발과 철거 속에서 낡은 풍경은 금세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그 자리에 있던 존재는 흔적 없이 지워진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 서울은 언제나 과거와 함께 존재한다.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서울의 모습을 각각의 방법으로 살펴보았다.
10년 전 – 디지털 기술이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 ‘네이버 거리뷰’
(위)2015년 홍대입구역 인근 (아래) 2025년 홍대입구역 인근
2015년의 서울은 네이버 거리뷰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홍대입구 대로를 보면 지금처럼 높은 빌딩이 드물고, AK플라자 자리도 비어 있다. 반짝이는 전광판은 하나도 없으며, 골목에는 인디밴드 공연 전단지가 여전히 덕지덕지 붙어 있다. 걷고 싶은 거리는 아직 붉은빛으로 물들지 않았고, 사람들은 스키니진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다. 화면 속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설다.
네이버 거리뷰는 2010년부터 촬영된 기록이 쌓이며 어느새 ‘도시의 기억 보관소’가 되었다. 시간을 과거로 돌리면 철거된 건물과 사라진 가게, 교체된 간판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로드뷰 속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모습이 우연히 찍혀 있었다는 사연이 전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편집되지만, 거리뷰 속 도시는 무심하게 모든 것을 담아낸다.
그래서 거리뷰는 단순한 내비게이션을 넘어, 우리가 살아온 서울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거대한 아카이브이자 시간 캡슐이 되었다.
20년 전 – 평범한 풍경이 아카이브가 된 ‘무한도전 〈서울 구경〉’
2007년에 방영된 이 특집은 멤버들이 5천 원짜리 교통카드 한 장으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찍은 야외 풍경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화면 속 하나하나가 2000년대 서울의 생활상을 증언하는 기록처럼 다가온다.
스카이라인은 지금보다 낮고 건물도 드물어 한결 여유롭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멤버들은 행인에게 길을 묻거나 종이 지도를 펼쳐 목적지를 찾아야 했다.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세대에겐 낯선 장면이지만, 당시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고, 지하철 안에서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승객들은 샤기컷을 하고 피처폰으로 멤버들을 찍고있다.
스마트폰 이전의 마지막 아날로그 감각이 담긴 이 특집은 한껏 따뜻한 정서를 전해준다.
30년 전 – 지나간 낭만을 집단의 추억으로 재현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990년대 서울을 회상할 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콘텐츠 중 하나가 드라마 〈응답하라 1994〉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미래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드라마이기에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당시를 살았던 세대의 기억과 이후 세대의 상상을 절묘하게 엮어냈다.
신촌 하숙집의 좁은 방, 다이얼 전화기, 거리마다 걸려 있던 세탁소와 분식집 간판, 등장인물들이 모여 응원하던 야구 경기와 거리 응원, 지상파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는 그 시절만의 문화를 선명히 보여준다.
〈응답하라 1994〉의 특별함은 바로 이 ‘지나간 시대의 낭만’을 재현한 데 있다. 실제 1994년을 살았던 세대뿐 아니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 역시 세트와 음악, 소품을 통해 향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의 서울이 단순한 회상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대를 잇는 집단적 기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하라 1994〉 속의 30년 전 서울은 상상과 재현을 오가며, 현실의 기억과 허구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10년 전의 서울은 로드뷰 속 데이터로, 20년 전의 서울은 예능의 화면으로, 30년 전의 서울은 드라마를 통해 살펴보았다.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지나간 도시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는 매개체다. 서울의 과거를 살펴보며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어떤 공간에 살았고 어떤 시간을 공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라진 풍경을 다시 떠올리는 일은 오늘의 서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의 서울을 그려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