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는 인간의 몸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했는지를 들여다보며 그를 둘러싼 여러 억압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특히 권력과 자본이 인간의, 무엇보다도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물화해왔고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드러낸다. 책을 읽는 내내 여성의 신체가 얼마나 촘촘하고 교묘하게 억압받고 있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 그 때문에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규율과 억압은 때로는 모순적인 속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1970년대에 무릎 위 17cm 이상 올라가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은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으나 동시에 여성 경찰관을 뽑을 때는 "치마 제복을 입혔을 때 드러나는 다리가 아름다운 여자 경찰을 원했기 때문에" 지원자들의 치마를 들어 올려 각선미 검사를 했다. 이처럼 여성에게 도달할 수 없는 기준 혹은 모순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1920~1930년대 있었던 여성의 짧은 머리와 관련된 남성들의 열띤 토론은 일견 우스워 보이다가도, 여전히 숏컷과 탈코르셋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면 마냥 우스운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만은 없게 만든다.
앞서 언급했듯 책을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도 많았지만,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가 항상 지니고 있으나 항상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 이 몸에 관련되어 여러 논의들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총 5부로 이뤄진 해당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5부: 소멸하는 신체와 그 이후의 세계>였다. ’가치 없는‘ 몸은 쉽게 잊히고 애도마저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여전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온몸을 던져 더 나은 미래를 만드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것은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은 듯싶다.
방대한 양의 내용을 짧게 압축해 전달하다 보니 각각의 논의가 깊게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사회적 구성물로써 규율되고 억압받았는지 막연히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 한번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보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