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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학교 축제에 한로로가 왔다. 근 두 달간 가장 많이 청취한 아티스트가 바로 한로로였던 나는,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마침내 그녀를 직접 보았다. 현장에서 라이브를 듣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너무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이번 글은 그녀의 음악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당신이 아직 한로로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 글을 읽고 한번 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서기를.

 

 

 

1. 음악


 

노래를 들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이는 멜로디나 비트 등 음악적 요소에 초점을 두고 감상한다. 나는 후자에 해당하는데, 심지어 가사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있어도 음악이 좋으면 좋은 곡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한로로를 처음 접했을 때도, 언제나 그랬듯이 내 귀에는 음악적 요소가 먼저 걸렸다. 한로로의 곡들은 멜로디가 독특하다. 대중음악을 들을 때 전형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멜로디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면, 그녀는 예상한 전개대로 가지 않는다. 갑자기 꺾이거나 펄쩍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한다. 그 멜로디가 더 독특하게 느껴진 것에는 음색과 창법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뒤에 깔리는 밴드의 구성과 편곡은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로로의 음악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를 나는 멜로디에서 찾는다.

 

 

 

 

 

2. 가사와 문학성 


 

그러나, 한로로의 진가는 그녀가 가진 문학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잘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로로의 음악을 듣다 보면 생존, 범람, 추락 등 생경한 단어가 귀에 콕콕 박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호기심이 생겨서 가사를 보니 이게 웬걸, 굉장히 시적이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였던 것이다. 실제로 시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녀는 가사를 시처럼 쓰는 재주가 있다.


사실 그동안 가사는 필요 없고 음악만 좋으면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던 나는, 과도하게 현학적인 가사에는 반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로로의 가사를 보고도, 처음에는 ‘뭐 이렇게까지 쓰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가사에는 가슴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다. 시집을 읽을 때 함축적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울림이 그녀의 가사 속에 있다. 한로로가 오늘날 대한민국 청춘의 아이콘이 된 것에는 가사의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젊은 날의 고뇌, 절망, 슬픔, 행복, 사랑이 그 시적인 가사에 모두 담겨있다.


 

울먹이는 사이렌 비명들을 껴안고

낯선 땅을 밟아가며 소리치는데

자라나던 아이는 마지막 유언으로

봄날의 개화까진 바라지도 않았대


공허한 꽃밭 위 희미한 숨소리

살아있음을 환영해


다시 지을 수 있단 약속들이

마치 지울 수 없는 흉터처럼 번져가

텅 빈 방 안에는

이미 죽어버린 꿈 우


다툼 절망 소화 소화

기쁨 희망 소생 소생

다툼 절망 소화 소화

기쁨 희망 소생 소생

 

- 한로로, ㅈㅣㅂ

 

 


 

 

 

3. 이야기와 몰입


 

한로로의 장점은 단순히 '가사가 좋다'는 데 있지 않다. 한로로 음악의 매력은 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그 둘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즉, 문학성이 곧 음악성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그녀의 창작 습관이 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글을 먼저 쓴 다음 그로부터 가사를 추출하고, 이후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인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내가 독특함을 느낀 그 멜로디는 결국 글로부터, 이야기로부터, 그녀의 문학적 감수성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사실 말이 쉽지 글과 음악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글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붙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그걸 잘 해내는 능력이 한로로에게는 있다.


여태까지 발매한 세 가지 EP를 살펴보면,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음악을 연결하는 작업을 점차 공고히 해왔다. 한로로의 앨범은 소개 글과 함께 감상할 때 감동이 배가된다. 첫 번째 EP였던 [이상비행]은 소개 글에서 여섯 종이비행기를 날린다고 한 것처럼, 각각 반짝반짝 빛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상호 간의 유기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두 번째 EP인 [집]에서는 전체적인 구조를 좀 더 신경 쓴 것으로 보이는데, 첫 번째 트랙은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귀가’로 시작하며, 타이틀인 ‘ㅈㅣㅂ’을 거쳐 마지막의 ‘보수공사’까지 집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앨범을 전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발매한 세 번째 EP, [자몽살구클럽]은 한로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한 앨범이었다. 동명의 소설을 집필하여 앨범과 함께 출간하였으며, 그 내용은 유민, 태수, 보현, 소하 네 명의 아이들이 모진 세상 속에서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 함께 버티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인한 현실 속에서 우리만은 너그러운 어른이 되어보자고 호소한다. 앨범 소개 글과 가사로만 표현되었던 그녀의 문학성이, 마침내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형성한 것이다. 앨범 속 곡들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시선에서 쓰인 곡들이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음악이 좋았지만, 읽은 후에 감상하면 어딘가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생각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닫으며 


 

한로로가 대단한 점은 본인이 창조한 이야기와 결합한 음악을 만들어, 자신도 청자들도 다른 음악보다 훨씬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억과 연결된 노래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들어도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그녀의 책은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아이들의 서사는 책을 통해 이제 내 기억의 일부가 되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아련함을 증폭시킨다. 또한 한로로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뛰어난 몰입력이 장점인데, 이것 역시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 스스로 서사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중에게 전달되는 호소력도 짙어지는 것이다. 한로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끌어모아 융합한, 실로 영리한 아티스트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한로로의 훌륭한 점이다. 사실 어떤 작품이나 음악에 대한 가치판단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좋고 나쁨의 판단은 내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후에 이유를 찾기 위해 갖가지 수사를 붙여 설명할 뿐이다. 따라서 이 글 또한 한로로 음악에서 좋음을 느낀 후 덧붙인 해명의 연속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 한마디다.


한로로 음악이 좋으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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