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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올해 초, 독립서점에서 김소영 작가의 두 권의 책 중에서 「어린이라는 세계」를 선택해서 읽었었다. 그 이후로 계속 다른 한 권의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던 와중, 친구가 해당 책을 선물로 주어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김소영 작가가 쓴 글들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어른인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어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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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 표지를 보면 제일 상단에 이런 문장이 있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자라서 더 나은 어른이 된다.

 

이 문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더 나은’ 어른이라는 부분이 왜 유달리 특색 있게 느껴질까?

 

왜 그런지 생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유아나 아동의 성장, 청소년의 성장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다. 핸드폰을 들고 잠시만 인터넷이나 SNS를 돌아다녀봐도 손쉽게 이러저러한 물건이나 학습지, 노트 필기법 등이 성장이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나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의 성장’이라는 느낌을 전하는 것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런 책들을 읽으면 좋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어른도 성장한다. 신체의 성장판은 이미 닫혔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이나 입맛도 바뀌고 지식도 늘어만 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해보며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꿈꿨던 나와 현재의 나


 

‘어른’에 대한 제목을 가진 책이다보니 자연히 내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책 124p에 적혀 있는 제목 ‘여러분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른이 되어주세요.’를 읽고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의 나는 어떤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릴 적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딱 하나가 떠오른다. 미래에 있을 나의 아이던, 주변의 아이던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하면 다들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어른도 있고 여행을 다니는 어른도 있는데 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어른’이었는지 말이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어른이었던 부모님이 그런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많은 걸 경험하고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뗏목 타기나 송어 맨손 잡기, 쥐불놀이 등 이색적인 체험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또 유년기를 서울에서 보냈음에도 자연과 가깝게 커서 벌레를 딱히 무서워하지 않고 텃밭 키우기 등을 잘한다. (예를 들어 고랑 파기, 잡초 뽑기 등)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멋져 보였고, 나도 커서 어른이 된다면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정말 예전부터인데 언제부터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나에게 ‘꿈꿨던 나’는 부모님처럼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어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직 대학생이고 주변에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 어른이 되었다고는 못한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앞으로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크면서 점차 깨달은 점이 있다. 그런 부모가 되어주기 위하여 부모님이 얼마나 큰 희생을 하셨는지 말이다. 시간과 체력과 돈을 들여 내가 경험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건 한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아이의 부모로서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내가 과연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았던 게 크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다보니 얼마나 부모님이 나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셨는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몰랐지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읽을 때도, 이번에 「어떤 어른」을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김소영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고 또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나를 더 성장하게 하고 이 책들을 추천하고 싶게 만든다.

 

책의 213p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을 사귀고 보니, 전에는 차별인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차별인 것이 너무 많았다. 어떤 의미에서 차별은 날마다 새롭게 발견된다. 그것을 바로잡을 때 세상은 날마다 평등에 가까워진다. 지금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각자 다른 길로 내게 왔고, 서로 합쳐지고 새롭게 해석되는 데는 십수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에는 차별인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차별인 것이 너무 많았다. 이 문장을 읽고서 내가 ‘알게된 것들’이 떠올랐다. 알기 전까지는 그게 차별인지, 문제인지 알지도 못했었는데 어느 하나를 새롭게 안 다음 다시 그걸 보니 그 부분이 차별이라는 것을 알았었다.

 

그렇기에 추천하고 싶은 마음 말고도 나는 앞으로 더 다양한 책을 읽고 지식을 쌓으면서 ‘새로운 차별’을 발견하고 몰랐던 것을 볼 수 있는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김소영 작가의 말 중에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책 105p에 있는 문장인데 누구나 이 부분을 읽는다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 어린이가 산다. 어른의 세계와 어린이의 세계는 늘 겹치기 마련이다. 나의 세계에 어린이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어린이한테 모범적인 ‘사람’이 되자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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