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올 것 같아!'라는 말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작게는 예전에 맡아본 적 있는 고약한 냄새를 맡았을 때, 나아가 체벌 받았던 기억이 있는 학원 근처를 지나갈 때 등.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말의 무게를 모르는 채 사용한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본래 PTSD는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약자로, 우리 말로 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주로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에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이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알게 모르게 전쟁, 혹은 큰 사고를 경험한 이들이 늘 주변에 존재하고, 그들이 가진 아픈 기억의 무게감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기에 최근에는 스스로라도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뮤지컬 [르 마스크]를 접하게 되었다.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인물이 등장하며, 또 동시에 예술을 어느 정도 다루고 있는 극이라는 점이었다.
[르 마스크]의 주인공 레오니는 발을 저는 장애를 가졌지만 아뜰리에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신참 예술가로, 전쟁에 대한 PTSD를 겪는 퇴역 군인 프레데릭의 흉터를 가려줄 가면을 만드는 의뢰를 맡는다. 처음에는 가면을 만드는 일에 있어 회의적이었던 프레데릭 또한 레오니의 열정적이면서도, 상처에 대해 깊이 공감해주는 모습에 결국 가면의 제작에 협조한다.
가면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한 사람을 모델로 삼는 것보다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던 상처를 스스로 드러내고, 과거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전쟁 이전의 자신과 마주하기에 결국 스스로에 대한 치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레오니와 프레데릭은 서로를 상처 입히기도, 서투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과정마저 전쟁이 상처입힌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인 것만 같았다. 때문에 그들이 상처 입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은 불안할지언정 괴로워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 후, 아뜰리에는 재정이 불안정해지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정부나 단체의 지원 없이는 제대로 유지될 수 없는 아뜰리에이기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는 예술 기관들의 현실적인 상황과도 무척 맞닿아 있었기에, 나마저도 객석에 앉아 레오니를 응원하게 되었다.
비록 다소 비현실적인 방법으로(극 중에서는 연설을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로부터 후원금이 모금된다.) 아뜰리에는 이어졌고, 프레데릭 또한 약혼녀에게 다시금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다소 무모한 선택을 하지만 외려 그렇기에 좋았다.
때때로 완벽한 결말의 책보다 조금 이해할 수 없더라도 인간미 있는 결말의 책이 와닿는 것처럼, 내게 [르 마스크]는 인간미 있는 인물들의 다음 선택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공연이었다.
이처럼, 뮤지컬 [르 마스크]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을 다룬다기 보다는, 쓰러지거나 휘청여도 일어나는 이들의 열정과 삶을 담는다.
멀게만 느껴지는 대상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삶과 상처, 그리고 극복의 과정과 예술이 삶을, 사람을 치유하는 서투른 여정을 느끼고 싶다면, 11월 9일까지 대학로 et theature을 방문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