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that guy, he's trying to figure things out. Himself, and in the world. And he's joined by these other people and little by little he starts to kind of feel himself in the little community, he starts to let go and feel like he actually starts to have some fun. And I can see him smiling once in a while. So just from that point of view there's a whole story of this person, kind of finding it. A kind of salvation or release or surrender…"

1974년에 결성된 이래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사운드와 무대 연출, 깊이 있는 가사를 통해 뉴웨이브와 포스트 펑크팝의 전설적인 입지를 구축해 온 미국의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음악이 영화 <양들의 침묵>의 감독 조나단 드미와 만나 최고의 콘서트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는 1983년 Speak in Tongues의 투어 속 할리우드 판타지스 극장에서 열린 나흘간의 공연을 스크린에 담아내어 1984년 개봉했던 콘서트 영화로, 한국에서는 2025년 8월 국내 최초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텅 빈 무대로 걸어나와 홀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데이비드 번을 클로즈업하며 시작된다. 위 인터뷰는 2023년 <스탑 메이킹 센스> 재개봉 홍보를 위해 전 멤버가 다시 모인 자리에서 이루어진 대담 중 데이비드 번이 'Psycho Killer'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노래하는 사이코 킬러의 이미지'와 '자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는 한 남자의 이미지'는 좀처럼 자연스럽게 병치되지 않는다.
"I can't seem to face up to the facts. I'm tense and nervous and I can't relax. (...) You start a conversation, you can't even finish it. You're talking a lot, but you're not saying anything."
긴장과 불안 속에서 시작된 대화는 공허하기만 하다. 대화의 끝맺음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언제나 상대방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도, 상대도, 세상도 이해하지 못한 채 홀로 노래를 이어간다. 그러나 스스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그에게는 아직 타인 속에서 자신을 느끼거나 마음을 열어 웃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영화는 바로 그러한 여지로부터 시작되어 다양한 타인들을 무대 위에 등장시킨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구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 무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종의 가수와 연주자들, 일본의 전통극 중 가부키, 노, 분라쿠 등에서 받은 영감의 적용을 통한 독특한 안무와 음악적 변주는 당시 팝 음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내적 변화를 유도한다.

"I really enjoy forgetting. When I first come to a place, I notice all the little details. I notice the way the sky looks. The color of white paper. The way people walk. Doorknobs. Everything. Then I get used to the place and I don't notice those things anymore. So only by forgetting can I see the place again as it really is."
영화의 7번째 곡으로 등장하는 'Burning Down The House'
"Here's your ticket, pack your bag, Time for jumpin' overboard. The transportation is here. Close enough but not too far, Maybe you know where you are. Fightin' fire with fire. (...) It was once upon a place, sometimes I listen to myself. Gonna come in first place. People on their way to work and baby what did you expect? Gonna burst into flame."
잊어버리는 것을 즐기며, 오직 잊음으로써 장소를 있는 그대로 다시 볼 수 있다는 데이비드 번의 말은 'Burning Down The House'
집을 불태우고 잊는다. 집의 부재로 인해, 무엇인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의지의 결여(Stop Making Sense)로 인해 그는 어디론가 나아간다. 작은 공동체의 일부가 되어. 무대 위 멤버들과 함께, 자신의 무대에 환호하는 관객과 함께.
그리고 영화는 사랑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곡 'This Must Be The Place'의 사랑은 또 다른 집을 향한다.
"I'm just an animal looking for a home and share the same space for a minute or two, and you love me till my heart stops, love me till I'm dead."

집을 불태운 사람에게는 새로운 집이 필요하다. 사랑이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지는 결말이 되는 것일까.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Take Me To The River'에서의 사랑은 보다 적나라하다.
"Take me to the river, drop me in the water, washing me down, washing me down. (...) Love is a notion that I can't forget."
물은 정화이고 재생이며 동시에 소멸이다. 남자의 손을 잡아 물속으로 천천히 끌고 들어가는 여성이 과연 사이코 킬러가 찾아 헤멘 구원 혹은 해방의 이미지를 섬미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다만 그는 홀로 무대 위에 서 있던 시간의 집을 불태워 잊고, 공연이 진행되며 한 명씩 더해지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점차 확장되는 쇼를 내연 상태로 남겨두며, 자신은 다만 물속에서 온전히 잊힘으로써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집을 찾는다. 처음부터 구원이나 해방을 원한 것이 아니므로 바로 그것이 그의 장소가 된다. 오직 잊음으로써 장소를 있는 그대로 다시 볼 수 있다는 데이비드 번의 집은 수면 위로 어김없이 떠오른다.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관념이기에.
"Being able to allow people to be who they are without trying to change them is important."
이제 그는 타인을 작은 공동체 속에서 상대를, 사건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또 웃어넘길 줄도 안다. 동시에 그것이 관객에게도 유사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은 영화 속 콘서트 무대가 데이비드 번이 전유할 수 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토킹 헤즈>의 멤버들과 같은 장소에 놓여 있었다. 각자가 잊을 수 없는 관념은 상이하겠지만. 구원이나 해방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다. 나는 공허한 대화가 사랑으로 변화하는 것을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