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아.”
살점이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른 채로,
내일이라 여기는 곳에 겁 없이 칼날을 쏘아댔다.
궤도 없이 쏘아 올린 탓일까,
아니면 바닥에서 출발한 탓일까.
“처음부터 날아오를 수 없었던 거야.”
포물선의 끝을 알면서도 손 쓸 수 없음에
질끈 눈을 감았다.
‘눈 감아도 우리의 내일이 앞에 선하구나.’
[illust by EUNU]
어지러이 낙하,
기세 좋게 뛰어오르던 그림자가
하염없이 곤두박질친다.
“내가 먼저 겨누었으니까”
어지러이 낙하,
화살은 겉에 놓인 것 무엇이든 찔러댔다.
일구어낸 것들은 날 선 말들에 무뎌져만 갔다.
“내가 멋대로 바라본 천장이라”
어지러이 낙하,
멀리서 흩날려 온 붉은 빛에
심장 속 가시를 움츠린다.
“다 미어지고 말 거야.”
또다시 그 화살, 어지러이 낙하
아, 이번엔 감히 무엇을 옥죄려 드나
달콤했던 꽃향기 품은 채 고향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