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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현실과 환상,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 오가는 움직임 - 유영하는 세계: Bed, Bath, Bus [미술/전시]

세화미술관 전시 “유영하는 세계: Bed, Bath, Bus” 관람 리뷰

by 정충연 에디터
2025.05.30 11:12

 

 

요즘엔 카페에서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어린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의 인터페이스는 실제 물리적인 세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가상 공간,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움직임이 우리에게 실제적인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 측면에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관습과 이슈, 지식의 관점에서 우리 세계는 단일하지 않다.

 

허구와 실제, 상상과 현실, 온갖 층위의 체계들이 복잡하게 쌓이고 얽혀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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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까지 세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유영하는 세계》는 여러 겹으로 쌓인 세계의 껍질을 각자의 방식으로 벗겨내는 작가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부제는 “Bed, Bath, Bus”(침대, 욕조, 버스)다. 세 단어의 공통점이라면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좋은 장소라는 점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 생각을 정리할 때, 밖에서 쌓인 먼지와 피로를 씻어낼 때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나서 우리는 잠시 머리 속의 다른 세계로 들어서곤 한다.

 

《유영하는 세계》의 작가는 이와 같은 현실 세계의 균열과 틈을 통해 우리가 간과해왔던 세계의 다른 면모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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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프랑스 태생 작가 로르 프루보(1978-)의 작업을 먼저 만날 수 있다. 프루보의 영상에선 한 할머니가 날개를 지닌 채 나체의 모습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한다. 그와 함께 영상의 주제곡이 흘러나오는데, “난 너를 흔들어”, “나는 너를 날게 해”와 같은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나”는 할머니를 지칭하면서 동시에 이 영상이나 다른 작품을 말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시 자체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관람객은 현실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인도된다.

 

장성은(1978-)의 작업은 리본, 파도, 구름, 케이크와 같이 얼핏 보면 관련없는 대상들이 각각 한 화면에 담겨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리본의 소용돌이 형태는 파도의 물결과 연결되며, 파도의 희고 파란 빛깔은 구름이 낀 하늘로 이어진다. 그리고 하늘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번개와 같은 형상의 수직성은 케이크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케이크 이미지는 생일 파티 공간에 있을 법한 리본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각 사물 혹은 대상들의 관계는 시시각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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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긴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긴 복도의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엔 목욕탕이나 욕실에서 볼 법한 샤워부스들이 이어져 있는데, 검은 벽과 대비되는 하얀 가림막과 빨간 호스가 으스스하면서 불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창자같이 주름진 호스에 연결된 수도꼭지는 날카로운 쇠붙이로 되어 샤워부스임에도 발가벗고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심래정(1983-)의‘바-스 하우스’ 연작은 팔리 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는 거의 모든 포유류의 질병을 치료하는 실험을 반복해서 진행한다. 그의 다소 폭력적인 샤워부스는 우리 욕실의 평범한 부스가 질병을 씻기에는 충분치 않음을, 사회에서 형성된 페르소나와 피로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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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페어리 서비스 모빌리티라는 회사가 자신의 사업 내용와 미션을 소개한다. 어느 평범한 기업의 광고 영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요정과 버섯이라는 판타지 속 이야기, AI로 만들어진 듯 조금 기괴하게 움직이는 직원은 묘한 매력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이빈소연(1988-)의 “페어리 모빌리티”는 여성의 영역 확장과 자본주의 바깥을 상상하며 작가가 설립한 가상 회사로, 전시장의 작품은 회사의 투자 유치 실패와 그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자연 개념을 대표하는 요정과 그들의 생산활동인 버섯 증식 과정을 경유하여 약간은 당돌한 방식으로 현재 사회 시스템 속 문제점을 고발하고 이를 뒤엎는 꿈을 그려낸다.

 

《유영하는 세계》는 단순히 우리를 현실과 동떨어진 특별한 세상으로 이끌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가져오되 그 반짝이고 매끈한 표면에 나 있는 미세한 틈을 벌려 다차원의 세계를 우리에게 선보인다.

 

전시는 일종의 ‘침대, 욕조, 버스’가 되어 우리 세상의 실재에 대한 질문을 시각적으로 눈앞에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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