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은 제작년에 잠깐 잡았다가 놓은지 2년쯤 된 도구였다. 그리고 원래 잘하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시작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다른 거였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다가 컵받침과 카네이션 뜨개를 발견하게 되었고, 영상을 보니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구매하여 만들게 되었다.
키트 배송 과정에서 얼렁뚱땅
이번에 코바늘로 카네이션을 만든다는 건 당연히 비밀이었으니 배송지는 학교 기숙사였다. 그런데 집에 가는 일정 전에 받기 위해서 빨리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에 생각했던 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주문했었다. 그리고 그걸 잠시 후에 알아서 취소한 다음 다시 원하던 색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간 생각 하나가 있었다. 내가 배송지를 학교 기숙사로 고쳤던가? 다급하게 확인해보니 아뿔싸! 배송지가 집으로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온갖 상상을 다 했다. 이러면 집으로 배송되서 엄마가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카네이션 키트를 샀다는 걸 알 텐데!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판매자분에게 네이버 메세지를 보냈다. 배송지를 잘못 선택했는데 혹시 이 주소로 보내주실 수 있냐며 말이다. (기숙사 주소도 보내드렸다.) 다음 날 오전에도 답이 없으셔서 “역시 안 되는 건가...”하면서 혼자서 좌절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가능하다고 답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날 전날쯤에 택배를 받아서 그대로 집에 들고 갔다. 긴 휴일 동안 집에서 만들고 드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제작 과정에서 얼렁뚱땅
오랜만에 코바늘을 잡은 것과 카네이션을 처음 만드는 것이 합해져서 첫 카네이션 꽃 부분을 만드는 데에 꽤 오래 걸렸다. 마침 집에 초록색 실과 빨간색 실이 있길래 그걸로 미리 연습삼아 하나를 만들어 보았는데 대충 5시간 조금 안되게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중간중간 할 일을 하느라 멈춰서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그 정도 될 것이다.
한 번 만들고 나니 그래도 익숙해졌다고 점차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키트에 있던 실을 사용하여 총 9송이를 만들었는데 3시간에 한 송이씩 만들다가 한 네 송이 정도 되었을 때에는 2시간에 한 송이씩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꽃을 다 만든 다음에 이파리를 만들어 보려고 하였다. 꽃 한 송이마다 이파리 하나씩이라 총 8개를 만들어야 했는데 하나 만들고 보니 만들면서 철사에 찔리기도 하고 힘들고 해서 이파리는 하나 만든 것으로 끝내자 마음먹게 되었다. 어차피 포장하면 잘 안 보일 것 같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렇게 얼렁뚱땅 만드는 과정을 거쳐 8송이의 카네이션을 만들고 포장까지 하고 나니 수제 카네이션 꽃다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코바늘을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만들기를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만들기를 했던 것 같다. 또 이번에 카네이션을 뜨개질하면서 다음번에 또 카네이션 꽃다발과 다른 꽃다발들을 뜨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에 모루로 꽃다발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모루 꽃다발과 코바늘로 만든 꽃다발 모두 의미가 있는 선물이 되리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다.
앞으로도 내 얼렁뚱땅 만들기는 계속될 것 같다. 어느 날 새로운 걸 발견해서 사와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걸 하던 만들기는 언제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