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고 느꼈던 그때의 충격.
일본 영화 감독을 넘어 전 세계 영화감독을 통틀어서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정말 그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확고한 스타일의 소유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감독.
이 영화 <갈증> 역시 그만의 스타일로 처음부터 끝가지 밀고나간다.
통렬한 쾌감과 피튀기는 잔혹함이 쉬지 않고 러닝타임 내내 미친 듯이 날뛴다.
전직 형사지만 현재는 백수와도 같은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아키카즈가 그의 실종된 딸인 카나코를 찾기위해 들쑤시고 다니며 그 사건의 전말을 계속해서 알게 되는 내용인데 일단 이런 플롯 자체가 주는 통렬한 재미가 있다.
전직형사가 어떤 사건을 조사한다는 설정은 꽤나 여러 작품에서 봐온 설정인데, 그 전직형사라는 인물을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아키카즈라는 캐릭터로 설정해서 그런지 꽤나 신선하게 보인 것 같다.
영화의 몇몇 부분에서는 소노 시온 감독의 <차가운 열대어> 혹은 <두더지> 같은 작품들을 연상케한다. 그 장기가 훤하게 드러나보이는 그 갈라진 배, 칼로 연신 찌르는 걸 대놓고 보여주는 그 고어함 등이 소노시온 감독의 작품 속 고어함을 연상케 했다.
또한 감독의 전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떠올랐는데 이를테면 잔혹한 비극같은 장면에서 굉장히 포근한,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동화적인 음악이 흘러나와 몽롱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동안 벌어진 그 대살육의 상황에서 평온하게 흘러나온 'Fly me to the moon'과 안노 히데야키 감독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엔딩의 절망적 상황에서 ‘Komm, süßer Tod(오라, 달콤한 죽음이여)’가 흘러나올때 느껴지는 정서와 유사하다.
또 다른 일본의 비주얼리스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악의 교전> 같은 느낌도 든다.
무수한 컷편집으로 정말 작품을 보는 내내 눈이 현혹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은 한국으로 치면 나홍진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이 작품은 톤이 지나치게 밝은 느낌이고 반대로 나홍진 감독은 그 톤이 매우 어둡고 음산하다는 느낌에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그 특유의 영상미인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도 느꼈지만 이 감독은 정말 영상미만큼은 독보적인 것 같다.
대개 정적인 영화가 즐비하는 일본 영화 중에서 몇 안되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진 비주얼리스트 감독인 듯 하다.
소노시온의 영화가 잔혹함과 어떤 고어함으로 밀고나가는 느낌이라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잔혹한 광경을 너무도 광량이 세고 유려한 영상미로 그려내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어 되려 불쾌한 감정이 드는, 어떤 블랙코미디 적인 느낌이 강한 감독인 듯하 하다.
또한, 어떤 서사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던 그 주인공의 후배 형사가 딱히 어떤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고 단지 극의 재미만 살려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맥거핀으로써 작용한 것 같다.
아마 주인공이 전직 형사이고 자신의 딸과 연류된 사건을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닌다는 점, 그리고 그 사건이 경찰과 어느정도 연관되어 있고 경찰은 조용히 덮고 싶다는 점, 뭐 그런 점 때문에 주인공을 쫓아 잡으려 한 것 같은데, 그때마다 주인공이 그의 차를 박거나, 마지막엔 아예 그를 들이받아 허공에 날려버리는 장면은 정말 영화보면서 통렬한 웃음을 지을정도의 쾌감이었던 것 같다.
컷 편집이 잦으려면 그만큼 찍어야 하는 샷도 많아 부담이 될테지만 어쨌든 다 찍은 뒤에 하나하나 조각조각 붙여내면 그만큼 눈이 즐거운 것도 없는 것 같다. 거기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음악과 어떤 크게 들이받는 신에서 음악이 탁 끊긴 뒤 다시 음악이 이어지는 그런 식의 편집은 보는사람에게 엄청난 시청각적 쾌감을 주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종종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할 때 피튀기는 소리와 피튀기는 CG가 화면에 인서트샷으로 나오는데 그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그리고 앞서 말했던 또다른 비주얼리스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들은 서사적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집념보다는 그들 각자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독보적인 영상미를 만들어내어 어떤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려는 목표로 끝까지 러닝타임 내내 밀어붙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비주얼리스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