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전국에 있는 학생들에게 예술고등학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드림하이를 기억하는가. 큰 인기를 얻으며 시즌 2까지 제작되었고, 여전히 드림하이 OST는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사랑받고 있다. 방영 당시 나 역시 드림하이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등하굣길에 OST를 반복 재생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림하이가 쇼뮤지컬로 다시 돌아왔다. 2023년 5월에 초연 이후 2년 만인 2025년 4월,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관객들 앞에 섰다. 2025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박경림이 합류하고, 초호화 캐스팅 소식까지 더해지며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23년 초연 당시 드림하이를 관람했기 때문에, 이번 무대는 더욱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았다. 2년 만에 만난 <드림하이>는 한층 더 화려해진 연출과 높아진 이야기의 몰입도로,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원작 드라마 속 추억의 OST 무대도 반가웠지만, 쇼뮤지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OST는 가슴 깊은 곳에 꿈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두드리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공연에서 만난 인상적인 OST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하나씩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새롭지만 익숙하기도 했던 순간들
쇼뮤지컬 드림하이는 원작 드라마의 10년 뒤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OST뿐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2023년 초연 공연을 관람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인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에서도, 그리고 이번 공연이 끝난 후에도 유독 기억에 남는 OST가 있다.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어 보자고 다짐해
수천 번 거울 속 내게
고개를 들어봐 할 수 있잖아
Look in the mirror 거울 속 너를 봐
Look in the mirror 네 안에 별 빛나잖아
Look in the mirror 기억해 혼자가 아니야
Look in the mirror는 송삼동과 스승 오혁이 함께 부르는 넘버다. 누구나 한 번쯤 간절한 꿈을 꿨던 기억이 있기에 이 노래는 자연스럽게 깊은 공감을 불러낸다. 꿈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설레면서도 두려운 순간, 그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서정적인 멜로디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특히,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제자의 꿈을 응원하는 오혁과 함께 부르기 때문에 이 OST는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겨울아이, Someday, Dream High는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며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부른 Dream High는 가장 인상 깊었다. 기린예고의 학생들, 멋진 스타가 되겠다던 꿈을 이룬 원작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지지한 어른들까지. 모든 배우가 큰 소리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내가 마치 드림하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벅찬 감정을 선사했으며,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Keep Dancing의 메시지를 깊이 새길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당시 드라마를 시청하며 설레고 주인공들을 응원하던 순간들이 겹쳐지면서, 익숙한 멜로디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춤추며 울려 퍼질 때 반가움과 함께 그리움이 밀려왔다. 무대를 통해 잊고 있던 그때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음악이 주는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춤으로 말하는 무대
초연 당시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퍼포먼스 파트가 있다. 해당 파트는 <댄스의 역사>를 담은 장면으로, 기린예고의 학생들에게 원작의 주인공들이 다양한 댄스 장르를 직접 선보이며 소개하는 구성이다. 댄스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극이 친절하게 전개되는 것을 보며, 뮤지컬이 관객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재미있고 흥미있게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오혁 찾기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는 오혁 선생이 사라지며 그를 찾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가 쇼뮤지컬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낸 부분이라고 느꼈다. 다인원의 학생들 사이에서 헤매는 오혁 선생의 모습은 그 자체로 혼란스러움이 느껴지며,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린예고의 복잡한 상황을 잘 드러낸다. 무대 뒤의 화면에는 어두운 도시의 이미지가 펼쳐지며, 퍼포먼스의 분위기와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다. 특히 드림하이는 '쇼'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며, 보다 더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춤을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스우파, 스맨파를 통해 댄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는 올라갔지만 그 관심도를 유지시킬만한 지속적인 공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드림하이는 쇼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퍼포먼스가 중심에 있어, 댄스를 중심으로 한 공연을 기다려온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반가운 작품이다.
다시 꺼내는 꿈의 기억
2년 만에 관람한 드림하이는 확실히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사실 초연 당시에는 다소 '쇼'에 치우친 구성으로 인해 서사의 흐름이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야기의 전개와 감정의 전달력이 훨씬 더 탄탄하게 보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퍼포먼스의 화려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극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무대를 바라보는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다.
드림하이는 가족 단위 관객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쇼뮤지컬이다. 각기 다른 세대가 저마다의 '꿈'을 떠올리며 극을 공감할 수 있다. 부모 세대는 무대를 보며 한때 가슴 뛰던 자신의 꿈을 떠올릴 수 있고, 자녀 세대는 지금 이 순간 키워가고 있는 자신의 꿈과 자연스럽게 연결 지으며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댄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구성 덕분에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 어렵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드림하이를 보며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네 꿈이 난 아직도 환장할 정도로 예뻐'
작품 속에서 오혁 선생이 제자들에게 건네는 이 대사는, 극을 보는 내내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원작이 방영되던 당시의 나는 꿈이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꿈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됐다. 사소한 꿈조차도 시작하기 전에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워 주저하게 되고, 결국엔 그 꿈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단순히 꿈을 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무대 위 학생들이 보여준 열정과 진심은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듯했다.
쇼뮤지컬 드림하이는 6월 1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잊고 있던 꿈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이 공연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