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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지금 소개할 밴드 ‘봉제인간’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강렬함시끄러움거칠음, 그리고 예측 불가다.

  

비틀어진 처럼 평범하지 않은 이미지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치밀한 계산과 노련함, 연륜에서 우러나는 정교함이 느껴진다.

 

이 자극적인 느낌은 우연이 아닌 정확히 설계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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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간은 2022년에 데뷔한 밴드로 지윤해, 전일준, 임현제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멤버들은 각각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등 각자 다양한 팀에서 활동하였다. 그야말로 ‘한국 인디 밴드계의 어벤져스’ 같은 조합이다.

 

‘봉제인간’이라는 이름은 인형처럼 속이 솜으로 차 있다는 의미에서 출발하여 마치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복잡하고 묵직한 그들의 음악과도 닮아 있다.

 

장르는 록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데뷔 초엔 록 밴드 KISS처럼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무대에 오르며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음악은 직관적이면서도 난해하다. 본능과 감정이 이끄는 즉흥성 속에서, 탄탄한 연주력과 독창적인 색채가 섬세하게 맞물린다. ‘BABY’나 ‘Previous Story’ 같은 곡을 들어보면 아기의 시각이나 금연 상담 같은 익숙하고 그저그런 주제조차 이들을 거치면 전혀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재해석된다.

 

음악은 척척하고 때론 유쾌하게 들리지만, 동시에 어딘가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을 끌어낸다.

 

또한 전통적인 1절-후렴-2절-후렴 구조를 따르지 않거나, 혹은 따르더라도 꼭 어딘가 어긋난 방식으로 구성하며 늘 예상을 벗어난 흐름을 가진다. 어떤 순간엔 기타가 폭주하고, 또 다른 순간엔 드럼이 무게 중심을 잡고, 베이스는 존재감 있게 균형을 잡는다. 이런 ‘치고 빠짐’의 예술은 철저히 계산된 듯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긴장감을 만든다. 그들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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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봉제인간은 항상 예상치 못한 사운드로 청자를 압도한다.

 

최근 단독 공연 <분노의 재봉틀>을 관람하였는데, 올해 본 공연 중 가장 치밀하고도 강렬한 무대였다. 아날로그 아웃보드 장비로 꽉채운 사운드는 공간을 가득 메웠고, 세 멤버의 에너지는 공연장을 봉제인간만의 색으로 물들여 모두가 하나 되어 락앤롤 손모양을 하고 있었다. 차갑고 시끄러운 음악으로 따뜻하고 꽉찬 사운드를 뿜어냈다.

 

특히 임현제의 기타 솔로는 ‘기타가 말을 한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였고 멤버 모두가 주인공처럼 자신의 역할을 펼치고,  동시에 완벽하게 합을 이루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계산된 자유로움, 세밀한 이완과 긴장의 반복은 이들의 음악을 듣는 이유 중 하나다.

 

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세계일 것이고, 기존의 록 팬이라면 한국 인디 음악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처음엔 낯설고 혼란스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시끄럽고 치밀한 음악’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되었다.

 

멱살 잡고 질주하는 음악, 롤러코스터같은 전개, 뻔하지 않은 사운드를 찾는 이라면 봉제인간을 꼭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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