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유럽 여행을 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을 열심히 관람했다. 평소에 미술관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전혀 힘들었던 여정은 아니었지만 내가 아는 것이 더 많았다면 얻어가는 것도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술관에 마련된 해설과 가이드로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느낌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온 것만 같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이다.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이 책은 말 그대로 도슨트의 시선으로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눈앞에 펼쳐진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 흐름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이것도 예술일까?
2장 미술의 오브제와 기법
3장 크리벨리의 피클 찾기
4장 작품 30점으로 알아보는 미술 사조
5장 조각의 역사
6장 훌륭한 미술품에 나쁜 일이 생길 때
7장 숲속의 디지털 불빛
8장 프로이트는 뭐라고 말할까?
9장 미술품과 경제적 가치
10장 수수께끼 같은 미술사
11장 미술의 미래
책의 2장에서는 회화, 소묘처럼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미술의 기법에 대해 소개한다. 4장에서는 선사시대 동굴벽화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흔히 00주의, 00이즘 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미술 사조를 작품과 함께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미술사를 잘 몰랐던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3장의 피클 찾기였다. 크리벨리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피클이 등장하는데, 이 피클을 찾는 재미에 빠져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품, 인물들이 각각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의 갈증을 채워주는 느낌이라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 말고도 미술품 복원, 날로 커지는 경매 시장, 미술품 도난 사건과 같이 미술에 관한 다양한 주제와 흥미로운 사건들이 등장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버리면 흥미가 떨어질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다 읽어갈 때쯤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미술작품을 그림에 숨은 상징, 시대적 배경,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작품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충분히 느끼고 사유하는 것도 하나의 감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것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미술작품 앞에서 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미술작품을 보러 떠나고 싶어졌다.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 책과 함께한 여정이 앞으로 내가 방문할 모든 미술관과 전시에 다정한 동행이 되어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