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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4월이 되면서 따듯한 기운이 감돌고 정원 곳곳에서는 작은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수선화가 올라왔고 그 다음으로는 중정을 장식하려고 심어둔 빈카의 파란색과 하얀색의 꽃이 덩굴 사이에서 피어났다. 여우꼬리를 심어둔 물레 모양의 화분에서는 어딘가에서 꽃씨가 함께 왔는지 붉은 무스카리가 고개를 빼꼼 내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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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맞춰 드러내는 작은 초록 머리들에게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많은 예술 작품들이 봄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까. 생명력에 대한 느낌은 그것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보다는 충분히 포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장국영의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하고, 주말에는 두꺼운 외투를 세탁해서 옷장 깊은 곳에 넣은 걸 보면 정말로 봄이 왔나보다.

 

이번 글에서는 ‘봄’을 맞이하면서 감상하기 좋은 음악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Simon & Garfunkel - April Come She Will


 

Simon & Gafunkle을 좋아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다.

 

오디오에 관심이 깊은 아버지 덕분에 주말마다 집에서는 웅장한 사운드로 록 음악이나 올드팝이 흘러나왔다. (내 음악 취향이 최신곡보다는 다소 옛날 음악에 치우친 이유 중 하나다.) 당시 흘러나오던 곡은 Simon & Gafunkle의 또 다른 대표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였는데 이들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잔잔하고 때로는 웅장한 멜로디는 어린 나에게도 매력적으로 들려서 그 후로 이들의 모든 곡을 찾아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April Come She Will'은 봄이 느껴질 때면 저절로 생각이 나는 곡이다. 가사는 계절의 변화를 마치 한 사람의 인생처럼 표현했는데 폴 사이먼의 어쿠스틱한 기타 반주로 인해 그 서정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진다.

 

 


 

 

어릴 때는 4월에 찾아온 그녀가 왜 8월에 죽게 되는지 항상 궁금했다.

 

 

 

Treiziéme Ordre in B Minor: Les Lis-naissans 


 

바로크시대 프랑스 작곡가인 프랑수아 쿠프랭은 건반악기를 위한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클라브생 작품집인데 이번에 소개할 곡은 세 번째 작품집에 있는 'Les Lis naissans'다. (그는 작품마다 굉장히 감각적인 제목을 붙였는데, 이 작품집에는 ‘꽃이 만개한 과수원’, ‘애처로운 꾀꼬리’, ‘상냥하면서도 신랄한 여자’라는 제목을 가진 곡들이 있다.)

 

'Les Lis naissans'는 싹트는 백합을 묘사하고 있는 곡으로 쿠프랭의 섬세한 하면서도 화려한 울림과 절제된 듯한 깊은 우수가 느껴지는 곡이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싹트는 백합의 생명력과 순수함이 떠오른다.

 

하프시코드 연주와 함께  Pierre Etcheverry의 섬세함이 두드러지는 피아노 연주도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Pierre Etcheverry의 피아노 연주 곡

 

 

 

George Winston - Reflection


 

이 곡은 뉴에이지를 대표하는 작곡가 George Winston이 1982년 발매한 'Winter Into Spring'에 실린 곡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 앨범에서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하는 계절의 과정을 묘사하려고 했다. 겨울의 차갑고 고요한 분위기가 봄의 따듯함과 생명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음악에 담은 것이다.

 

음악의 첫 부분에서는 몸을 감싸는 바람이 느껴지는 듯하고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은 얼마 동안의 시간 간격을 두고 지나가는 차가운 겨울 바람을 연상시킨다. 곧 모든 생명을 깨우는 따듯한 봄의 바람이 불어오며 따뜻함이 피워낸 초록 잎사귀들과 싱그러운 꽃에 대한 응시가 그려진다. (조지 윈스턴 음악의 특징은 실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는 순환을 암시하면서 곡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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