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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판소리 뮤지컬_적벽 poster.png

 

 

<적벽>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적벽대전’의 ‘적벽’이 제목으로, 주요 인물로는 조조, 유비, 관우, 장비 등이 있다. 의형제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는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큰 전투를 벌이고 제목이 ‘적벽’인만큼 뮤지컬의 중심 배경과 공간은 ‘적벽’이었다.

 

전통 판소리와 뮤지컬의 결합이었기에 어떻게 판소리를 풀어낼까 기대가 되었다.

 

<적벽>은 그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뮤지컬이었다.

 

 

[국립정동극장] 적벽_공연사진_2.jpg

 

 

북과 꽹가리 같은 전통 악기를 사용해 음악의 리듬감을 더하고 판소리의 흥을 살려 삼국지를 우리의 전통으로 풀어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판소리를 잘 모르는 나도 큰 어려움 없이 무대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판소리로 무대를 이끌어갈 때마다 그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그들이 전달하려는 감정과 <적벽>의 서사가 잘 어우러져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판소리로 대화하고 말하고 노래한다. 특히 감정이 고조될 때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감정이 묻어나 감정의 흐름을 섬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극이 진행되면서 중간 중간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 위로 등장하거나 말하는 장면도 존재했는데 이러한 장면은 다른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연출이기 때문에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판소리의 고수를 뮤지컬 내에서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판소리의 코믹한 요소를 고수의 등장으로 자연스레 연결 짓고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연출한 점이 눈에 띄었다. 고수의 존재를 지우지 않고 등장시키는 게 판소리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살렸던 점이라 좋았다.

 

뮤지컬의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군무가 계속된다. 이러한 배우들의 무대 장악력도 굉장했다. 배우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은 의복과 부채를 가지고 무대를 이어갔다. 무대 위에서 많은 군무가 있었기에 이들의 의복과 군무가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싸우는 것처럼 높이 뛰고 무대 위를 돌 땐 의복이 그 효과를 더해 그 감각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전투가 배경인 <적벽>에서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부채 또한 효과적인 연출로 작용했다. 어떤 대목에서는 칼이 되고 어떤 대목에서는 말이 달리는 형상이 되고 또 어떤 대목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부채가 되어 무대의 서사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게 인상 깊었다.

 

특히 군무 도중 판소리를 하는 배우들이 말을 타고 움직이는 장면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웅장했다. 말을 타는 것처럼 다리와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배우의 목에 올라타 말을 이끄는 장군처럼 묘사한 것이 내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 되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그들이 내는 소리가 한데 모여 적벽대전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주었다.

 

 

[국립정동극장] 적벽_공연사진_6.jpg

 

 

<적벽>에서 보여준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일러주는 듯 했다. 판소리의 특징을 지우지 않고 뮤지컬에 끌고 와 무대를 진행한 점이 그러했다.

 

전통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전통에 변주를 주지 않고 그것을 그 자체로 고이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음악 같은, 형체가 보이지 않는 전통의 경우 온전한 보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판소리의 특징과 멋, 흥을 지우지 않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녹여 새로운 전통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벽>을 보는 내내 잘 몰랐던 우리의 전통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또 어떤 판소리 뮤지컬이 창작될까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판소리에 대해 무지하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 없다. 무대 양옆에는 대사가 띄어진 스크린이 존재한다.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는다면 무대 초반의 대사와 노래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대에 점차 집중하게 되면 인물이 어떤 대사를 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스크린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적벽>은 3월 13일부터 4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무대를 선보인다. 평소 전통이나 판소리,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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